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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Aug 27. 2024

대단한 나의 조국, 불륜공화국

상간소송과 그 이후

상간소송은 오래 걸렸다.

그래도 멍청한 상간녀 덕분에 이름, 전화번호와 주소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법원에서는 계속해서 조정을 제시했다.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고 끝내라고 금액까지 정해줬다.

저기요 여러분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상간녀 측 변호사는 계속해서 상간녀는 피해자고, 이미 군징계로 직장에서의 명예도 실추되었다며 변호를 했다. 변호사라는 인간이 피해자와 명예라는 단어를 모르나 보다.

 이혼한 부부와 다름없는 결혼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는 남편의 말에 속았다고 했다. 하긴, 그 정도 지능이면 나는 단 한마디의 말로 그녀의 전재산 500만 원도 뺏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 뻔한 전개가 이어졌다. 그날 우리 집에서 놀고먹고 자고 할 거 다 했던 상간녀는 우리 집에 방문한 게 처음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했고, 내가 반박증거를 제시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속옷을 내 옷장 안에 넣고 다니던 여자가 우리 집이 처음이라.. 그리고 그걸 믿어주는 법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결과는 더 어이없다. 일부승소로 나는 단돈 7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았다. 애초부터 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한 가정을 망가뜨린 죄가 단돈 700만 원(실제로는 500만 원 남짓)이라니..

 이렇게 적은 돈이 나온 이유는 대충 이렇다. 가장 큰 것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징계로 인해 앞으로 승진에도 큰 문제가 생긴 점, 그래서 이미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점(그게 나랑 무슨 상관), 집에 들어왔을 당시 내가 친정에 있었던 점, 아직 내가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지 않는 점(이혼해 주면 바로 둘이 같이 사는 꼴은 못 보지), 우리의 혼인관계가 오래되지 않은 점, 아이가 없는 점 등등. 아,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 피셜 내가 법원이 제시한 조정에 응하지 않아서 감액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괘씸죄 뭐 이런 건가?

아주 대~단한 법이다. 불륜, 할 만하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는 말이 진짜였다.  


이러니까 세상에 미친 것들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만나고 다니는 거다. 대한민국 판새들을 누가 이기랴.


 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때 한번 나의 페르소나가 내 연락을 안 받는 시기가 아주 짧게 있었다.

나는 문자를 보냈다. 연락을 받는 게 좋을 거라고. 근데 답장이 없다. 휴… 그렇담 어쩔 수 없지. 나의 신들린 검색으로 나는 그녀의 사무실 자리 직통 번호를 알아냈다. 그냥 걸면 재미없지.

쪼는 맛 간다. 얍!

바로 옆자리 남군에게 연락했다. ooo 주무관이시냐고. 그러자 본인은 아닌데 옆자리에 ooo주무관이 있으니 바꿔드리냐는 대답이 왔고 난 아니라고 하고 끊었다. 걔가 들었겠지?

그리고 바로 걸었다 그녀에게.


상간녀 : 여보세요?

나 : 나야

상간녀 : ……….. 네

나 : 네 옆자리 ooo님과 방금 통화한 사람이 나야. 내가 연락받는 게 좋을 거라고 했을 텐데?

상간녀 : ……. 죄송합니다

나 : 앞으로 내 연락 안 받으면 너네 사무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널 찾는 걸 알게 될 거야. 멍청한 건 알지만 말로 할 때 알아들으렴. 대한민국에서 너 하나 찾는 거. 일도 아니야.

상간녀 : 네…


 그러나 그 이후로 나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일단 내 일이 너무 바빴고 멍청한 애랑 연락이라는 걸 하고 싶지가 않았다. 수준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그리고 1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협박을 한번 날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했긴 했지만 혹시 그 모지리가 잊어버렸을까 봐.


"너의 인생이 잔잔해질 무렵, 내가 찾아갈게. 신상도 공개할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몰라. 남편을 나눴으니 우린 이제 가족이잖아."


그리고 둘의 인생 네 컷 사진도 같이 보내주었다. 뻔뻔하게 결혼생각을 하지는 않겠지. 만약 한다면 혼인신고가 다 끝나고 인생이 평탄할 때 그때 가야지. 우리 집 성보라와 함께.

아직도 얘네를 찾아간다는 얘기만 하면 우리 집 성보라는 갑자기 일어나서 어깨를 잡고 팔을 붕붕 돌린다.


 나의 대단한 친구들은 전에 말했듯이 내 걱정은 안 한다. 다들 그들의 걱정만 계속했다. 왜 도른자를 건드렸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경악했으며 의아해했다.


다들 내 걱정이 아니라 왜 걔네를 걱정하는지.

내 걱정 좀 해줘 얘들아. 나 살 엄청 빠졌쟈나. 나 좀 케어해 주쟈나.


아 그리고 그녀들은 덧붙였다.

“야 살 너무 빠졌어!!!! 어떡해!! 너무 예뻐. 부러워”

진짜 이 도른것들은 왜 이럴까. 근데 난 안다. 유유상종이 맞다.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은 다 나 같다.


#상황 1

나 : 남편이 바람도 피우고, 내 인생 파란만장하다. 인생이 썰 투성이야

친구(또라이1) : 야.. 살다 살다 그 얼굴로 바람도 피운다. 난 백퍼 네가 바람날 줄

나 : 칭찬이야 욕이야 하나만 해. 또라이냐?


#상황 2

나 : 야 진짜 최고의 다이어트는 마음고생이다

친구(또라이2) : 근데.. 이 상황에 정말 미안한데 너무 예쁘다. 너 텐션이 좀 다운되고 살 빠지니까 청순가련해 보여. 그 모습 유지해. 너 평소에 하이텐션인 거 진짜 꼴 보기 싫었는데 아주 좋네

나 : 고오맙다. 한 대 쳐도 되겠니?

친구(또라이2) : 야야야 돌싱글즈 나가는 거 어때? 아니면 나는 솔로 돌싱특집 나가. 옥순님

나 : 안돼. 나 나가면 글로벌 연애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 FA 최대어 아니냐 내가!!


*그런데 이날 정말 실로 오랜만에 길에서 나에게 연락처를 물어보는 남성이 있었다. 카페에서부터 보고 있었는데 내가 마음에 든단다. 카페에서의 우리 대화를 못 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 생크림 막 입에 묻혀가며 먹고 또 얼음까지 다 먹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다행이다. 그 남성에게 나는 가까이 오라고 한 뒤 소곤소곤 유부녀라고 얘기했고 그 사람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조심해요 그러다 넘어져요 총각.


#상황 3

나 : 있잖아, 엄지공주가 말이다. 한번 갔다 온 언니거든? 이제부터 날 엄지공주라고 불러줘

*난 이때까지 엄지공주가 두 번 결혼한 줄 알았다.

친구(또라이3) : Princess Thumb이네

나, 친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랑 짜증이 솟구치는데 너무 웃겨서 죽을 지경)


#상황 4

나 : 나 근데 스냅사진이랑 결혼식 사진 진짜 예뻤는데 너무 아까워!! 청담동에서 받은 메이크업이라고

친구(또라이4) : 누끼 따줄까?

나 : 가능? 천 장 넘어

친구 : 미쳤냐 네가 추려. 야 아니면 남편 얼굴 내가 합성해 줄까? 너 좋아하는 배우로. 구교환? 박정민?

나 : 여러 명 가능? 일처다부제 가보자고!!!(배우님들 진짜 진짜 죄송해요)


*정말 그녀는 포토샵을 매우 잘해서 실제로 나의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갔던 모든 사진을 직접 보정해 줬었다. 또 한 번 부탁행:)


뭐 이런 식이다 우리는. 자고로 찐친 사이에는 디스만 오가는 법이다.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해도 갑자기 본인 차에 고무망치가 있다며 지금 바로 상간녀랑 남편을 찾아가자는 말을 하질 않나, 며칠 뒤에 우리 집으로 비싼 영양제를 주문해서 꼭 먹으라고 안 먹으면 죽여버릴 거라고 먹을 때마다 인증샷을 보내라고 협박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오랜만에 본 나를 멀리서 알아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보며 한참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무슨 영화에 나오는 운명의 연인인 줄 알았다. 누가 bgm 좀 깔아줘요… 평소라면 오두방정을 떨며 뛰어왔을 텐데… 내가 살이 빠진 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났나 보다. 한참 뒤에 옆으로 와서 내 팔짱을 낀 친구 눈에 분노의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진짜 객관적으로 미인인 그녀는 예쁜 입으로 상스러운 욕을 한번 시원하게 해서 나를 너무 창피하게 만든 후에(난 내가 미어캣이 된 줄 알았다. 사람들 눈치를 살피느라) 배가 안 고프다고 얘기하는 게 안 들리는 척 내 팔뚝을 잡아끌고 제일 비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내가 죽어도 다 먹을 수 없는 양의 음식을 잔뜩 주문할 거고 다 먹을 때까지 집에 못 간다고 했다. 그리고 그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친구가 살이 너무 빠졌는데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은 뭐냐는 질문을 했다.

진짜 제발 닥쳐.

테이블 밑으로 숨어본다.

 그리고 나온 음식을 무조건 내 앞접시에 차곡차곡 쌓아줬다. 원래는 지 먹기 바쁜 여성이다. 그리고 내가 먹는지 안 먹는지 계속 확인했다. 물도 못 마시게 했다. 물배 차면 안된다며.. 너무 쳐다봐서 나도 한마디 날렸다. 아예 내시경 호스를 꽂지 그러냐고. 제발 너의 음식이나 먹으라고.


 나는 그날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았다. 내가 성경의 증인이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음식을 봤다. 필시 내 친구라 의리 하나는 넘치는 그녀들이다. 다들 겉모습은 멀쩡하고 교양이 넘친다. 사회생활도 아주 잘하고들 있으니 걱정 마시라.


* 예수님이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적인 사건.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나는 세계 일류다.

그리고 그녀들 덕분에 나는 저세상 드립을 치면서 그렇게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그녀들의 인생에 힘든 일이 있을 때, 내가 받은 사랑과 애정 어린 욕의 반만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힘과 웃음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꼭.


 나는 아주 어린 학생이었을 때부터 모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명랑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밝은 에너지가 있다는 말도 들을 만큼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단 하나! 내 기준에 아주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약속 안 지키기, 거짓말하기, 약한 사람 무시하기) 난 그 사람을 끝까지 찾아가서 잘못을 알려주고야 말았다.


 고3 때, 공부 잘하는 친구가 선생님을 무시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근데 선생님이 걔가 공부를 잘해서일까, 아니면 기가 막혔던 것일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셨다. 정의의 사도였던 질풍노동 시기의 나는 정적이 흐르는 수업 시간에 4분단에서 1분단으로 날렸다. 받아라 쌍욕. 만만치 않았던 걔도 맞받아쳤다. 그렇게 몇 마디의 욕이 오가고 선생님은 수업 후에 우리를 교무실로 불러서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걔랑 마주보고 입모양으로 욕을 하면서 반성문을 썼다.


‘선생님의 수업 도중에 욕을 한 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교권이 침해당하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oo 이는 욕을 더 먹어도 쌉니다. 걔는 그 자리에서 맞았어야 합니다. 그 행동에 대해서는 저는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오면서 선생님한테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내가 교무실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종종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그때 선생님을 뵈러 간 것이 아니오라 질문을 핑계로 국어 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제가 그분을 연모하였사옵니다.


 지금까지도 친한 내 고등학교 동창(레스토랑 그녀)은 그때의 나를 그렇게 표현했다.

‘미드에 나오는 x 년’. 기똥차게 지었다.

그만큼 나는 정의감이 불탔다. 어릴 때 세일러문을 너무 열심히 봤다.


근데 남편과 상간녀가 내가 싫어하는 걸 다 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나에게 직접적으로. 그럼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행동으로 보여준다 내가.


 징계위원회가 끝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 전세보증금 때문에 남편과 연락을 하게 됐다. 우리는 아직 법적으로 부부인 상태고 전세로 구한 집은 남편의 명의였다. 전세금은 정확히 5:5 각자의 재산이었지만, 명의자가 남편이라 집주인은 남편의 계좌로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 만약에 남편이 그 돈을 나에게 보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 : 전세금 들어온 거 어떻게 할 거야?

남편 : 너한테 바로 보낼 거야. 걱정하지 마

나 : 내가 이제 널 어떻게 믿어?

남편 : 못 믿어도 어쩔 수 없고 못 믿는 것도 이해가 가는데, 돈 가지고는 진짜 거짓말 안 해.

나 : 알겠어(일단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

남편 : 그런데 내가 전세금 보내면 이혼해 줄 거야?

나 : 이혼? 당연하지. 나도 너 싫어

남편 : 해준다고?

나 :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너는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나는!!!! 너한테 거짓말 안 해!!!!!!!!!!!!!

남편 : 알겠어 믿을게 미안해. 맞아 너는 나한테 거짓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알고 있어. 내가 이번 약속은 꼭 지킬게


정말로 나는 연애할 때부터 결혼생활의 마지막까지 단 한 번도 남편에게 아주 작은 거짓말도 한 적이 없다(뻥카는 봐주시길). 난 거짓말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다.


 전세금이 들어오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BGM이 나오고, 나는 얼굴에 점을 찍는다.


남편 : 언제 시간 돼? 무조건 하루는 둘 다 법원에 가야 한대

나 : 무슨 시간? 나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어

남편 :??!??!? 이혼하기로 했잖아

나 : 내가? 그랬나? 내 이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남편 : …….. 나한테 거짓말 안 한다며

나 : 몰라, 미안한데 진짜로 기억이 안나

남편 : 왜 그래? 미련이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야.

나 : 미이려언? 미련이라고 했어? 널 못 죽인 게 미련이야. 진짜 사지를 찢어 죽이기 전에(발음으로는 [찌저주기기]가 맞으나 실제로는 [찌져쥬기기]라고 했다) 그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그리고 세상에서 본 적 없는 험한 꼴 더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절대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우리는 한 번도 서로에게 욕이나 험한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미련’이라는 단어가 나를 진짜 도른자로 만들었다. 글로는 짧게 적었지만 바로 전화를 걸어서 내가 아는 모든 험한 말을 숨도 쉬지 않고 다 했다. 남편은 너무 놀랐는지 대답을 안 하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그거 알아? 나는 너한테 거짓말한 적이 없으니 내 말은 믿으라고 한 거. 그게 내가 너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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