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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도 마켓 열리나요?

by 그리다

"네, 연중무휴입니다."


더워도, 추워도, 비가 와도 마켓은 매주 열린다.

단, 날씨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스톨(stall)들이 자진해서 불참하거나, 마켓 운영 측에서 취소를 결정하기도 한다.

13년 동안 마켓을 하면서 날씨 때문에 취소된 적은 손에 꼽는다.

40도가 넘어가는 무더운 날,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리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던 날이었다.


마켓 스톨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날씨를 예측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날씨 앱만 3개를 돌려가며 확인한다.

비가 오는 날도 가능한 한 나가보려 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날씨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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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Gust of wind"


바람에는 ‘평균 풍속(average wind speed)’ 외에도

순간적으로 세차게 불었다 약해지는 ‘돌풍(gust)’이라는 개념이 있다.

야외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이 돌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거다.

돌풍은 구조물과 장비에 큰 충격을 준다.
텐트가 들려 날아가거나 지지대가 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나처럼 주얼리 스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가벼운 물건과 진열대가 바람에 날려 파손될 위험도 크다.

한국에서 정성껏 제작해 온 진열대가

강풍에 날아가거나 떨어져 부서졌던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돌풍이 심한 날은 마켓에 나가지 않는다.

이런 경우, 미리 결제한 스톨비(약 $160)는 환불되지 않는다.

운영 측에서 공식적으로 마켓을 취소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환불이 가능하다.



"날씨가 궂은날, 오히려 장사가 잘되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도 조깅을 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본다이 마켓처럼 해변 가까이에 있는 마켓은

이런 바람 부는 날,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풍랑주의보와 모래바람 때문에 바닷가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마켓으로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날씨가 나쁜 날이 평균보다 매출이 더 좋은 날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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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날씨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좋은 날씨는 고맙고, 나쁜 날씨는 배움이 된다.
장사가 잘되면 기쁘고,
장사가 안되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긴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인생도 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나아갈지는 결국 내 몫이다.


내가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누구 때문에 더 열받네.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다 정말!"

그러면 나는 그저 힘들고 짜증 난 하루를 보낸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래도 무엇 때문에 행복했다”는 한 줄이 더해진다면
나는 행복한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 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도
감사할 이유는 언제나 존재한다.


비가 오더라도, 바람이 불더라도

그래서 좀 더 준비할 게 많고 힘들더라도
마켓을 할 수 있는 날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다.


멈추지 않고 천천히 10000시간을 채워가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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