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할 만큼 대담한가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보다 더 낫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독창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죠.
그러나 시장에 이를 알리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제품에 관심을 갖고 테스트에 참여해주며 심지어 구매까지 해주는 슈퍼 얼리어답터들을 제외하면, 고객의 대다수는 우리 제품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죠.
우리는 가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 팀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대기업 제품보다 우리 제품이 나은데 사람들이 몰라주니까요.
어떤 뾰족한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가 더 잘 푸는데,
시장을 뒤바꿀 혁신 기술이고 이게 미래의 방향성인데,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이 별로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답답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이때 ‘미친 짓’을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한 회사는 시장의 지배자나 다름 없는 대기업의 행사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습니다.
2000년 2월, 당시 고객 관리 & 영업 지원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던 시벨시스템즈(Siebel Systems)는 가장 큰 IT 컨퍼런스로 손꼽히던 DEMO 2000를 개최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엔비디아의 GTC처럼, 자신들의 신제품을 소개하고 업계의 혁신 기술도 소개하는 행사였죠.
행사장 안팎은 개발자, 투자자 등 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옷을 맞춰입은 시위대가 등장하더니,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쳐다보고, 급기야 기자들이 뛰어와서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시벨 관계자들은 깜짝 놀라서 처음에는 시위대를 세미트럭 같은 큰 차로 가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관계자들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고 소동은 행사 내내 이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시위는 Salesforce를 창업한 마크 베니오프의 계략이었습니다.
마크 베니오프가 연기자들을 고용해서 ‘가짜 시위'를 벌인 것이었죠.
달려와서 시위대 사진을 찍어대던 이들도 진짜 기자가 아니라 연기자들이었습니다.
베니오프는 훗날 “탱크까지 하나 대여할까 했지만 너무한 거 같아서 안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시위는 마크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 초기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구호를 IT 업계 전체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일즈포스는 당시 CD로 팔던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저물 거라고 예측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API, SaaS를 선도적으로 제시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베니오프는 세일즈포스의 기술이 미래를 주도할 거라고 확신했고,
‘No More Software’ 구호로 만든 뱃지를 만들어서 늘 하고 다니며 자신의 앞선 생각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시벨은 (베니오프의 친정이기도 한) 오라클에 인수되었고,
세일즈포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 중 하나가 되어 슬랙을 인수하는 등
이제 오라클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대담한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요?
베니오프가 한 건 디지털 프로덕트 마케팅, 특히 B2B 마케팅에서 중요한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리더십이란 비즈니스 작가 조엘 커츠먼(Joel Kurtzman)이 제시했던 개념으로,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가리킵니다.
핵심은 우리 제품을 단순히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과 업계를 선도하는 지식과 통찰을 앞서서 내다보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Thought Leader는 B2B 마케팅에서 중요한 업계의 ‘신뢰’를 얻는 데에 중요하고,
제품이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지위’를 얻어 경쟁에서 빠르게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대표님은 (특히 B2B 프로덕트를 만들고 계신다면)
시장에 사고 리더십을 제시하고 계신가요?
만약 대표님께서 다음 주에 업계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가할 기회를 얻으신다면,
어떤 주제로 발표해 청중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요?
아직 스피커가 작은 스타트업이 업계에 사고 리더십을 제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창업자분들께서 창업 초기에는 미션, 비전을 세팅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품은 계속 조정해나가는 반면 미션, 비전은 개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미션, 비전이 개인적이거나 팀워크 강화에 맞춰져 있어서
우리가 타깃하는 시장과는 동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제품이 속한 시장에 울림을 주는 비전 메시지를 만들어 보세요.
고객이 깜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한 문장'을 아이데이션 해보세요.
* 잠깐 시간 내서 해보시면 좋은 것
: 업계 컨퍼런스에 참가하면 어떤 주제로 20분간 발표할 수 있을지 주제를 생각해보고 연설문도 써보세요. ChatGPT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1000자 정도 작성해보세요.
고객들, 특히 B2B 고객과 담당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습니다.
이들에게 ‘홍보가 아니라 진짜 인사이트'를 선사하는 행사를 열거나, 참가할 기회를 수락하세요.
행사의 연사로 서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리드 제너레이션 효과를 일으킵니다.
업계와 생태계에 공헌하는 태도는 잠재 고객의 마음 속에 신뢰의 씨앗이 싹트는 계기가 됩니다.
대표님 머리 속에 있는 생각 또는 팀이 획득한 인사이트를
블로그나 전자책 등의 콘텐츠로 발행하세요.
이때 유념할 점은
우리가 타깃하는 시장에 속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고민해보면서 주제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시장을 혁신하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관심을 가집니다.
* 잠깐 시간 내서 해보시면 좋은 것
: 콘텐츠 캘린더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1개라도 정기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