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같은 퇴사를 앞두고

D-9

by 마케터호야

D-9

브런치에 꽤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었던 이곳.

이곳에서의 마지막 9일이 남았다.

지난달 팀장님께 퇴사 의사를 내비치고, 어느새 4주 정도가 훌쩍 지나버린 거다.


꽤 여유롭게 남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연말의 쉬어가는 시간은 다른 때 보다 더 빠르게 지났고,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떠나기 전 마지막 소회들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글을 정리해 가며 쓰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가벼운 느낌의 일기나, 메모 정도라도.



첫 회사, 첫 퇴사.

처음치고 꽤 오래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2-3년이면 길게 있었다고 생각한다던데, 그에 비해서도 길었던 것은 분명하다.

어느 시점부터는 진짜 내가 오래 있었구나 나는걸 여러 가지 방면에서 느꼈다.


회사가 착실하게 커가며, 덩달아 나도 많이 배우고 자랐고,

회사가 성장통을 겪을 때, 나도 고민했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가까이서 일 했거나 조금이라도 친했던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인사를 여러 번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인사하며 내 시간은 언제일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때가 온 거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요즘 청년들의 첫 직장 평균 근속 년수는 1.6년이라고 한다.

그것보다 훨씬 긴 6년 9개월의 시간의 마무리이기에, 애매하게 다니면서 이도 저도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기도하며 결정한 퇴사. 우물쭈물할 바에야 확실한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오늘은 두 주 전쯤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던 인수인계자료의 1차 정리를 모두 마쳤다.

막바지이다 보니,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의 회의에 자연스레 참여하지도 않게 되어 시간이 충분했다.

뭔가 많으면서도 그리 많지도 않네. 생각했다.


나의 첫 회사 졸업까지 9일.

오늘은 그게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한참 클라이밍을 같이 하던 개발자 동료와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회사에 대해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어제는 실험팀의 오래된 동료와 가볍게 산책을 했다.

테헤란로 큰길 건너, 착즙 주스를 맛있게 하는 곳에 오랜만에 다녀오면서.


평소에 따로 시간 내어 대화하기 어려운, 아니, 어렵다기보다는 일부러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던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게 값지게 느껴졌다.

서로 어련히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걸 먼발치에서 보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고 느꼈었던 거니까.


때가 되니 인사치레가 아닌 솔직한 걱정과 좋은 말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고 감사한 시간.

감사했던 사람들과 인사를 마저 잘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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