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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Oct 30. 2022

2,000명의 관객과 함께 한
자선연주회 <메리투게더>

5. 롯데콘서트홀에 선 최초의 아마추어 단체

기획으로 승부하는 문화예술 단체


메리는 매 년 성장했다. 매 기수의 해단식을 진행할 때마다 당신의 청춘을 함께하고 싶을만큼 멋진 무대를 기획할테니 다음 기수에도 함께하자고 말하곤 했다. 단원들에게 메리가 늘 좋은 사람들이 함께해서, 멋진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활동하고 싶은 단체이길 바랐다. 그런 맥락에서 주영은 음악감독으로서 늘 더 큰 규모의 공연 기획을 제안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지난 2년 동안 메리의 야외 문화봉사도 잠정 중단되었기 때문에 홀에서의 자선연주회를 기획한다면 보다 성대한 잔치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 와중에 메리는 정말 큰 단체가 되었다. 서울경기지부와 강원지부에는 각각 메리청년오케스트라, 메리청년콰이어가 있었는데, 이제는 메리청춘오케스트라까지 포함하여 도합 5개의 단체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2022년 1월 2일부로 대전지부 메리오케스트라도 발촉했으니. 단원 명수만 세어 보더라도 족히 200명이 넘는 규모였다. 


'메리투게더'는 메리오케스트라 초창기부터 활용했던 공연 제목이다. 우리가 메리(Merry)와 행복(Happy)을 일치시한다는 점에서 Happy Together에서 해피를 메리로 치환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단원 한 명, 한 명을 메리라고 부르기 때문에 '모든 메리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2022년의 자선연주회는 성대하게, 전 지부의 메리들이 함께하는 멋진 무대로 만들고 싶었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연주 홀, 롯데콘서트홀을 대관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실제로 아마추어 단체의 전적인 대관을 허용한 사례가 없었다. 아무리 메리오케스트라, 메리콰이어가 생활예술계에 아마추어 연주자 사이에서 네임드가 되었더라도 정통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프로 오케스트라와 대관일자 경합이 붙었을 때 이길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기획적으로 말러 교향곡과 베르디 레퀴엠(진노의 날) 등의 레퍼토리를 선곡하면서 전체 메리 단원들에게 전례 없는 난이도의 악보를 나눠주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메세나협회에 조언을 구했다. 


이번 자선연주회의 레퍼토리를 기획적으로 설명해보자면, 1부는 메리청춘오케스트라와 강원지부가 함께 영화음악 위주의 대중적인 곡을 연주하고 2부는 앞서 말한 정통 클래식을 메리청년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거의 모든 레퍼토리에는 합창이 함께했다.


1부는 메리다운 무대를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 문화봉사에서 진행하는 메리의 시그니처 이벤트를 모두 롯데콘서트홀로 그대로 옮겨왔다. 가령 시민관객이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이벤트, 대중적인 레퍼토리에 시민 관객이 직접 노래를 함께하는 '떼창' 유도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런가 하면 2부는 완벽히 대비되는 구성이었다. 코로나19라는 좌절의 시기에 분노를 표하는 '진노의 날'을 연주했고,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부활'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말러 교향곡 제2번 5악장을 연주했다. 메리가 전달하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홀에서 진행되는 자선연주회인만큼 MC의 역할도 중요했다. 1부는 메리청춘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만큼 민지가 청소년 단원과 함께 소개를 하고, 2부는 메리청년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만큼 재원과 청춘 메리가 함께 진행을 했다. 모두의 억눌렸던 갈증이 해소되는 기획을 준비해서일까, 메리투게더는 몇 차례나 전석 매진되어 추가 티켓을 오픈했고 최종적으로 약 2,000여 석의 관객으로 메워진 홀에서 공연을 했다.





<영화음악에서 말러까지, 메리투게더>


'MC말이야, 혼자 하지 말고 재준 메리와 함께하는 게 어때?'


처음 주영이 나에게 2인 체제로 사회 볼 것을 제안했을 때 망설였었다. 제법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단원과 함께 짧은 시간 동안 대본을 구성하고 연습을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을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기우였을만큼 나와 함께한 재준 메리는 환상의 파트너가 되었다. 


최재준 메리는 메리청춘오케스트라 1기부터 클라리넷 단원으로 활동하며 단체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이다. 그는 실제로 나와 같은 그룹사에서 팀장이라는 직함을 맡고 있는 멋진 어른인데, 이번 자선연주회에 함께 사회를 보기로 한 날 부터 적극적으로 대본 구성과 연습에 애 써주셨다. 역시 사회에서 빛나는 분은 취미 생활에서도 멋진 인품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었다. 아래는 재준 메리와 내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대본의 전문이다. 




김재원: 2 부 <영화음악에서 말러까지, 메리투게더>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예술봉사단메리 이사 김재원입니다.

최재준: 메리청춘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최재준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재원:재준 메리, 우리는 메리청춘오케스트라로 조금 전 1 부에 연주를 했잖아요. 어땠나요? 

최재준: 저는 청춘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면서부터 메리와 함께해서 벌써 5 번의 문화봉사와 자선연주회를 하긴 했거든요.  그런데 역시 롯데콘서트홀 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 서니 무척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잘했죠?


김재원: 그럼요~ 조금 전에 1 부, 잘했죠? 저는 메리를 운영한 지 벌써 햇수로 7 년이 넘었는데도 오늘은 조금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재준 메리와 함께 2 부 MC 를 봐서 다행인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사회에서 만났으면 팀장님과 신입사원이었을텐데 (웃음) 여기 메리청춘오케스트라에서 만난 인연으로 서로를 ‘재준메리,  재원메리’라고 부르잖아요? 

최재준: 네, 사실 여기 재원 메리랑 제가 뒤풀이에서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 우리가 같은 회사더라고요. (웃음) 이 단체를 운영하는 재원 메리와 함께 제 삶의 활력소가 된 메리를 소개하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김재원: 네, 저희 친분 과시는 요 정도로 하고요. 2 부 시작에 앞서 조금 특별한 순서를 소개드리겠습니다! 메리는 2015 년, 청소년과 대학생이 함께하는 문화봉사단 메리오케스트라로 시작했는데요. 7 년이 지난 지금, 나이와 실력에 굴하지 않고 ‘누구나’  생활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적 예술활동을 고민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의 자선연주회 역시, 수익금 일부를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재단법인 청소년희망재단에 전달하려 합니다.

최재준: 네, 청소년희망재단에서 오늘 참석해주셨는데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겠습니까?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후원금 전달식을 하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김재원: 여러분께서 후원해 주신 후원금을 통해 학업 중단 위기의 청소년 들이 정상적인 학업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박수로 다시한번 후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재준: 자, 이제 많은 분들이 기다리신 2 부에 대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메리청년오케스트라 서울경기지부 단원들이 메리청년콰이어와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김재원: 첫 번째로 들려드릴 곡은 Verdi, 레퀴엠 제 2 곡 ‘진노의 날'입니다. 큰 박수로 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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