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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Oct 30. 2022

무자본으로 단체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

2. 메리오케스트라 생존기

무자본으로 단체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


단체 운영을 한 지 2년차가 되던 때의 일이다. 메리오케스트라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함께하는 문화예술봉사단'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공장소로 찾아가는 오케스트라를 컨셉으로 활동을 이어갔는데, 공연을 할 때마다 많은 오해를 받았다.


“어느 교회에서 나왔어요? 아니면, 어디 학교에서 운영하는 건가?”


메리는 줄곧 ‘시민관객에게 선물이 되는 음악을 연주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산타 모자를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그러다보니 크리스마스를 연상한 관객 분들이 특정 종교 단체에서 오케스트라를 편성하여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웠다. 단체의 컨셉인만큼 우리들은 스스로를 ‘산타 메리들'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한 여름에도 착용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는데, 비록 우리가 아마추어 연주자이지만 문화봉사를 하는 것은 엄연히 공연으로써 봉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프로의 마인드로 약간의 희생(?)을 하기로 약속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뙤약볕에 땀이 주르륵 흐르거나 상관 없이 365일 산타 모자를 쓰고 공공장소에 나타나 연주를 하게 된 이유다.


컨셉에 대한 오해는 충분히 발생할 만 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후원 단체가 어디에요?”


앞서 밝혔듯, 메리오케스트라 1기는 공모전 활동으로 얼레벌레 발촉하였고 2기는 사회적 활동을 펀딩해주는 모 스타트업을 통해 소정의 비용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대개 그런 지원 사업은 활동비를 일정 기간 내에 소진하게 되어있었다. 다시 말해, 1기와 2기를 시작할 때 받은 지원금은 사실상 자본금으로 축적 되기 어려웠다. 우리는 무자본으로, 오로지 창립 멤버들의 노동력으로 각종 리스크를 해결하였다.


상식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 조건은 다음과 같다: 단원 모집, 지휘자 고용, 합주실 대관, 그리고 공연장 대관까지. 단원이 있어야 오케스트라가 존재할 수 있고 합주를 해야 공연을 준비하며, 홀을 대관해야 공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본 없이 운영되는 메리는 이걸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기획적으로 해결했다.   




단원모집


당시 대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에브리타임이라는 앱서비스의 홍보게시판을 활용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각종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여 제법 구독자를 확보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나 카페/커뮤니티 페이지에 대표인 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해서 배포를 해서 검색어 노출이 되었던 것 같다. (슬프게도 당시 개인정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어서, 지금도 수 년 전 메리오케스트라 모집 공고를 보고 나에게 연락 주는 이들이 있다.)


지휘자 고용


얼떨 결에 나와 함께 창립 멤버가 된 주영이 메리의 지휘자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휘자 페이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찌보면 초기 운영진이 모두 재능기부 형태로 단체를 운영한 건데, 창립멤버라 불리는 3인(재원, 민지, 주영)이 지금까지 함께한다는 것이 메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자부한다.


합주실 대관


이게 가장 놀라운 포인트인데, 메리오케스트라는 3기까지 인적이 드문 지하철 역사 내에서 합주를 했다. 공연이 아닌 합주 조차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한 것이다. (50인조를 넘어설 때 쯤 생활문화지원센터라는 멋진 공간에서 생활예술 동아리로 대관을 진행했으니, 너무 놀라진 마시길.)


공연장 대관


그리고 대부분의 공연도 지하철 역사에서 했다. 보통의 오케스트라가 한 번의 공연을 하기 위해선 최소 합주실 대관 비용 수 십만 원, 연주 홀을 대관 하는 데에 수 백만원이 드는데 메리는 모든 비용을 공공장소인 ‘지하철 역'으로 해결한 것이다. 한 역, 한 역 역장실을 두드리며 창립 멤버들이 섭외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하철 역이 섭외가 되지 않으면 메리오케스트라는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 했다. 그러던 차에 5678호선의 도시철도공사 소속 역장님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고, 본사 홍보팀 직원 분을 소개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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