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회의 속에서 리듬을 찾는 방법
하루에 몇 번이나 회의에 들어가는가. 마케터(기획자)에게 회의란 일상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본업에 가깝다고 본다. 브랜드 기획 회의, 파트너사 미팅, 내부 정기 보고, 팀 간 협업 정렬, 대표와의 피드백 회의 하루에 네다섯 개 회의가 몰리면, 사람은 피로해지고 발언은 뭉개지고 요점은 사라진다. 하지만 기획자는 이 회의의 맥락을 다 읽고, 거기서 새로운 구조를 기획해야 한다. 이 피로감 속에서도 냉철함과 리듬감을 유지하는 일은 기획자라는 직업의 본질에 가깝다.
회의는 아무도 점수를 매겨주지 않는다. 누가 잘했고, 누가 흐름을 끊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위기를 감지하고, 흐름을 리드하며, 핵심을 찌르는 말 한 줄이 회의 전체의 판도를 바꾸곤 한다. 좋은 기획자는 여기서 리듬을 감지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다. 발언자 간의 속도 차이, 침묵이 흐르는 사각의 공백, 대표가 갑자기 시선을 고정하는 의도 없는 의도등 이 모든 것을 읽고, 필요한 순간에 한 마디로 정리하거나, 때론 질문으로 리셋을 유도한다. 기획자는 회의실 안에서 무대 뒤 편곡자처럼 구조를 읽고 리듬을 만든다.
먼저, 들어가기 전 노트 정리하여 리듬의 기준을 먼저 세운다. 회의 전에 해당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지, 내가 책임지는 파트는 어디인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어떤 톤으로 할 것인지 한 줄로 정리해본다. 이것이 내가 회의 중 리듬을 잃지 않게 해주는 기준선이 된다. 두번째로 들리는 말이 아닌 나타나는 패턴에 집중한다. 회의 중 반복되는 워딩, 피드백의 톤, 슬라이드의 흐름, 중간중간 쉬어가는 농담조차도 모두 리듬을 구성하는 요소다. 예를 들어, 대표가 자주 되묻는 질문은 무엇인가?, 디자이너는 어느 순간 발언을 줄이는가?, 숫자를 강조하는 시점은 언제 등장하는가? 이런 관찰은 회의 중 ‘에너지의 파동’을 인지하는 감각이다. 마지막으로 중간 요약으로 리듬의 흐름을 리드한다. 회의가 산으로 가기 시작할 때, 기획자가 중간 요약을 제안하면 흐름은 다시 수렴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된 걸 정리해보면요...라던가 이 흐름이라면 다음 안건은 이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라던가... 이때부터 기획자는 회의의 리듬 메이커가 된다. 그 사람의 정리력이 회의 전체의 집중도를 리셋한다.
회의가 반복되면 쉽게 지친다. 특히 결정이 나지 않는 회의, 리마인드만 반복되는 회의는 더욱 그렇다. 기획자가 여기서 자신의 선명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핵심 질문을 준비해간다. 이 회의에서 오늘 무엇이 결정되어야 하는가?, 내가 기획자로서 보완하거나 정리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둘째로, 내 역할에 해설자 역할을 추가한다. 기획자의 본질은 이해하고 연결하고 설명하는 사람이다. 회의에서 이해가 모호해지는 시점에 등장해서, 이건 이런 구조로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해주는 사람. 이러한 해석자의 자세는 회의의 피로도를 낮추고, 기획자의 존재감을 분명히 각인시킨다.
사람들은 회의에서 기획자의 능력을 알아본다. 논리를 조율하는 방식,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 타인의 아이디어를 받는 태도, 질문을 던지는 깊이, 정리하는 언어의 세기같이 이 모든 것이 회의에서 발현된다. 기획자는 회의에서 춤추듯 리듬을 타되, 끝까지 브리핑을 리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회의는 피로하지만, 기획자에겐 자기 리듬을 실험하고 증명하는 최고의 무대다. 회의에 지쳤다는 말 대신, 이번 회의에서 어떤 리듬을 가져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질문이 기획자로서의 감각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