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ptembark Jul 19. 2024

집에 세탁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필요한 게 맞을까

올해 5월, 10년 넘게 사용하던 드럼 세탁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몇 주 동안 소음이 커지고 이상한 먼지가 생겨 처음에는 세탁의 문제인 줄 알고 추이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결국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아 확인해 보니 드럼 통이 바닥과 닿아 있었다. 소음의 원인이었다.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넉넉하지 않아 무턱대고 비싸고 좋은 세탁기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 충분한 정보를 모은 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 세탁물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번은 집 근처 무인세탁방을 이용하기로 했다. 무인세탁방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살면서 무인세탁방은 지나치며 보기만 했지 사용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세제도 따로 사야 하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도 부족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크린토피아 무인세탁방의 가격은 세탁물 양에 따라 5,500~7,500원이었다. 크린토피아라서 그런지 건조기까지 일체형인 세탁기도 있었고, 건조까지 하면 11,000~12,000원이었다. 집에서 세탁기를 한 번 사용하면 세제비 포함해서 대충 천 원 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은 드럼세탁기를 항상 채워서 사용했는데, 무인세탁방 주의사항에는 세탁기의 반에서 2/3 지점까지만 채우라고 선까지 그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모른 채 사용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이왕 사는 거 10년은 쓰게 될 테니 좋은 세탁기를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돈이 없는 나의 관할은 아니었으므로 어머니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놔두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조언을 해도 귀담아듣지 않는 편이고, 특히 나의 말은 전혀 듣지 않으신다. 그래서 되도록 결정은 어머니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처음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일단 세탁물을 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과 한 번 세탁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가정에서의 몇 배는 된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최근 장마철에는 비 오는 중에 빨래를 들고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골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에 금방 익숙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기존 세탁양을 무인세탁방에서 처리할 경우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용하면 충분했다. 또 차로 가야 하는 거리이긴 하지만 한 번에 4천 원으로 좀 더 저렴한 무인세탁방도 발견했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도 세탁기 없는 삶이 그렇게 손해 볼 게 없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업소용 세탁기가 가정용 세탁기에 비해서 세탁 시간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특히 가정 세탁기는 세탁이 끝난 후 탈수를 따로 해주어야 했는데 한 번에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집에 건조기가 없었는데, 건조도 가정용 건조기는 두세 시간 걸리지만 업소용은 30분 만에 끝난다. 성능도 웬만한 가정용 세탁기보다 업소용이 더 훌륭한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첫째,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하는 중요성을 깨달았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가전제품 하나가 고장 나자 일상에 큰 불편이 생겼다. 둘째, 일상의 작은 변화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무인세탁방을 처음 이용하며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정 내 세탁의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셋째, 불편함 속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무인세탁방을 이용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새로운 루틴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


우리는 기존 세탁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무인세탁방을 사용해 보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으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다.




여러분도 불편한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교훈을 얻으셨나요? 그런 경험들이 있다면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3년 동안 용돈 만원씩 기부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