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러너 Aug 31. 2024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

브런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네이버 블로그(이하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지 않게 된 지는 몇 년이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꾸준히 보는 독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서 그리 인기가 있지는 않을 영화, 독서 리뷰가 전부였으니까. 잠시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만 조회수의 숫자로 남았다. 가끔씩 들르는 이웃분들이 있었지만, 이게 꾸준하지는 않았다.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었다. 마치 유튜브 채널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즐긴다면 한 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꾸준히 찾아보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고정 시청자'라고 부를 수 있겠지. 그때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내 글솜씨가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일이 많았다.


블로그는 몇 년 전부터 매년 한 번씩 여름에 이벤트를 열곤 했다. 올해에는 '블로그 포토 덤프'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게시판을 하나 만들고 공개 설정으로 글을 쓰면 되었는데, 100% 당첨되는 건 아니고 상품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혹시나 당첨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과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는 이유로 8주간 이벤트에 출석했다.


참여를 위해서는 사진 7장 이상을 포함한 글을 써야 했다. 나는 일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찍은 사진들이 많았기에 매주 일상글이나 커피 관련 경험을 적었다. 블로그 글을 정성 들여 쓰지는 않고 퇴고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적었다. 내용이 많이 겹쳤을 것이다. 이벤트에 '잘 써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고, 당첨은 무작위일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렇게 대충 쓴 글에도 매번 댓글을 남겨주는 분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어느 카페 사장님이었다. 그분이 운영하는 카페는 한 시간 반 이상 걸리는 곳이라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인스타그램에서 그분의 블로그 링크를 따라 들어가 이웃 추가를 했고, 그 후로 그분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댓글을 달았다.




이 분의 댓글은 단순히 좋다는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1주차부터 댓글을 다시진 않았고 3주차에 처음  '일기 형식이라 재미있다는 댓글'을 다셨다.


그리고

‘커핑을 다니시는 열정이 좋아요.’ ‘이번에는 어디를 다녀오셨군요’ 몸이 안좋았을 때는 '건강에 유의하세요'


이런 섬세한 댓글 덕분에 내 글이 단순한 일상 기록을 넘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글로 느껴졌다. 그저 막연히 좋다는 느낌을 넘어서 내 일상과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그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꾸준한 독자도 없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글을 쓰던 내가, 단 한 사람의 성실한 독자를 만난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분의 따뜻한 댓글 하나하나는 마치 칠흑 같은 밤하늘을 수놓는 반짝이는 별들 같았다. 때로는 길 잃은 여행자를 인도하는 북극성이 되어주었고, 또 어떤 때는 새벽을 알리는 샛별처럼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 작은 빛들이 모여 내 마음 속 어둠을 밝혀주었고, 마치 봄날 꽃씨가 싹을 틔우듯 글을 쓰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원래는 8주차가 지지난주에 끝났어야 했지만, 그분에게 블로그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유종의 미'라는 단어를 제목에 담아 마지막 글을 작성했다. 글을 마무리하며 브런치로 이사 간 링크도 함께 걸어두었다. 지금 그분이 조용히 내 글을 보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이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브런치에서도 내 일상에 공감해 주고, 소소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실까?




이제 블로그를 떠나 브런치로 가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며 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비록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지 않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어쩌면 내 글을 읽어주는 이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두 명에서 세 명으로 점점 늘어날 수도 있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내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그분이 내 글을 읽고, 이전처럼 따뜻한 댓글을 남겨준다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 내려갈 것이다. 블로그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브런치로 옮겨 가면서도, 이 경험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브런치에서도 단 한 명의 독자만 남아 있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마치 사막의 선인장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주신다면, 그것은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물론 때로는 부끄러움이라는 두꺼운 껍질에 감싸여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의 글은 서랍속 좋아하는 이의 편지를 꺼내듯 정성스레 찾아 읽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사함은 마치 꽃향기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이 조용한 감사의 마음이 이 글 통해 조심스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