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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Sep 15. 2024

브런치 10주 차, 잠시 통계를 보지 않으며

지난 글

https://brunch.co.kr/@markvii/57

몇 주간 제 마음이 꽤나 흔들리고 있습니다. '구독자 증감에 휘둘리는 마음'이라는 지난 글은 그런 제 상태를 잘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였죠.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주는 어떠한 통계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브런치 구독자 증감은 어쩔 수 없이 지난 글 목록을 보다가 얼핏 보게 되지만, 조회수 통계 등은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천 명 돌파 알림도 오지 않은 걸 보니 특별히 조회수가 오른 글은 없는 듯합니다.


이번 한 주는 통계를 보지 않기로 한 결정과는 별개로, 누적된 육체적, 심리적 피로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지속적인 글쓰기와 알바, 그리고 일상의 압박이 한꺼번에 몰려와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였죠.


글을 쓰는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평소에는 낮 12시나 저녁 6시 즈음에 글을 올렸는데, 이번 주에는 두어 번 뒤늦은 밤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 소재가 떠오르지 않거나 글을 쓸 자신감을 잃어 고민하다가, 결국 밤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렸던 독자님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글을 매일 쓰면서 일상생활 전반에서 말의 한도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라면 쉽게 떠올렸을 표현들이 잘 생각나지 않고, 감정이나 경험을 구체적인 언어로 옮기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진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글쓰기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커피의 맛을 보는  커핑을 하면서 느낀 변화가 컸습니다. 평소에는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섬세한 맛의 노트를 감지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즐겼었는데, 이번 주에는 그런 감각이 무뎌진 듯했습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분명 있는데, 그것을 구체적인 단어나 이미지로 연결 짓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인 피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심리적인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감각을 둔하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매주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알바와 일상을 병행하면서 느끼는 시간적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통계를 보지 않기로 한 것이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내 글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라는 새로운 불안감을 낳았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더 큰 피로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뜻밖의 위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비록 조회수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응원해 주시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는 제 글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였고, 이에 대해 깊은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브런치에서 계속 글을 써오면서 저 자신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도 생겼습니다. 저는 이 플랫폼에서 '대박'을 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조회수는 지금 상태로 답보 상태에 머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가 쓸 수 있는 글의 재능과 형태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글쓰기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나 높은 조회수를 쫓기보다는, 제가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은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비록 육체적, 심리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이 소중한 연결고리가 글쓰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글쓰기가 일상생활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부담감에 쫓겨 무언가를 적어내기에 급급했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거나 의무감에 짓눌리기보다는, 자신의 체력과 심리 상태에 맞는 적절한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러나 무리하지 않게, 제 페이스대로 글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한 다짐을 넘어, 저 자신과 독자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수 있겠지만, 제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기쁨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서로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 여정을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주의 경험은 비록 힘들었지만, 동시에 제 글쓰기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진실된 마음으로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글쓰기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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