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브런치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이다. 블로그에서도 드문드문 지나가는 뜨내기들만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한 주에 손님이 한 번 올까 말까 한 망한 자영업과 다를 바 없었다.
브런치도 아직 구독자가 6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시작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이 정도 구독자 수로는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블로그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블로그에서는 '좋아요'가 거의 눌리지 않았고, 많아도 한자릿수였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기본 '좋아요'가 20개씩 찍힌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숫자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본능적인 욕구인 셈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어떤 사람은 "생업도 아닌데 뭐 그렇게 열심히 하냐"라고 말했다. 그 말도 맞다. 나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운이 좋다면 언젠가 출간하거나 글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글쓰기는 진입 장벽이 얼마나 낮은가. 컴퓨터로 타자를 칠 수 있거나,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요즘은 음성 인식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대부분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준다. 때로는 타자보다 더 빠르기도 하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글을 쓸 수 있다. 글 쓰는 플랫폼을 바닷가에 비유한다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래 알갱이 같고, 나는 그 수많은 알갱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직도 내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치에 신경이 쓰여 팔로워 한 명이 줄어들 때마다 체크하게 된다.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런 마음을 버리지 못할까. 그러면서도 계속 확인한다. 팔로워가 한 명 줄었다. 더 많은 팔로워가 생기고 있지만, 팔로워 하나가 줄어든 게 더 크게 신경 쓰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 사람의 심기를 건드린 게 있나? 현실 세계에서나 브런치에서나 대부분 떠날 때는 아무런 말을 남기지 않기에, 나의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지를 뻗는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을지 모른다. 글을 쓰는 이유가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숫자로 환산될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걸까.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대다수의 글이 묻혀버리는 현실 앞에서, 나 역시 그저 모래 알갱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끔은 너무 무력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수치를 신경 쓰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팔로워 수가 줄어들 때마다, 마치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나아지고 있다. 오늘 새벽에는 브런치 북 <커피 한 잔의 용기>는 구독하시는 분이 10명이 되었다. 너무 감사하다.
최근에는 조회수의 비약적인 상승은 없었지만 라이킷을 꾸준히 찍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글들이 적어도 20 내외의 라이킷이 찍혀있으며, <브런치에서 성장하기>에 올라가는 글은 특히 높다.
이중에서도 지난주에 올렸던 <브런치 8주 차, 처음으로 브런치 악플을 받다>라는 글의 추이는 특별하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다른 글들처럼 첫날에 20에 조금 못 미치게 찍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라이킷이 올라갔다. 조회수는 7일동안 500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글이 올라가는 오늘 새벽에는 라이킷 80이 찍혔다. 조회수 1만회를 넘긴 <200만원으로 사는 삶>보다 높다. 지금까지 중에 제일 라이킷 횟수가 높은 글이 되었다.
주 3일만 글을 쓰자니 너무 소재가 많이 보인다. 다만 이런 것들이 글보다는 메모로 많이 남게 된다. 살아오면서 일이 없고, 혼자 집에만 있는 생활을 보내다가 매일 나가니 몸이 피곤하다. 체력은 9시 전후로 동나고 취침 시간은 11시를 넘기지 못한다.
생업을 가지면서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이 있기에 일과 여타 활동을 이어가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런 마음으로 시간이 날 때, 폰을 통해 메모와 글을 작성한다. 이렇게라도 해두면 언젠가 내가 보고 기억은 하겠지. 기회가 있다면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이 과정 자체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