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을 메뉴판으로 만들면 내 시그니처 메뉴는 뭘까. 하루의 언제쯤 재료 소진이 되는 걸까. 뭐가 제일 맛있고 뭐가 제일 잘 팔릴까.
나에게는 산지 직송, 국내산 원산지의 다정함이 있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들어내는 배려, 칭찬, 예의, 여유로움, 너그러움이 있다. 그것들은 좀처럼 동나지 않고 맛도 좋아서 잘 팔린다. 사장인 나도 뿌듯한 점이다. 가끔은 가게가 조용할 때도 있고 붐벼서 정신 없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대박과 쪽박이 없고 비수기와 성수기의 편차가 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사장 마음대로 영업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쉴 때와 달릴 때를 안다. 잠시 문을 닫을 때에도 진정한 단골 손님들은 도망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약속한 것처럼 때가 되면 찾아온다. 나도 그게 좋다.
손님들이 추워 하면 따뜻한 걸 주고, 건조한 날에는 촉촉한 위로를 주는 이 그럴듯한 센스를 사실 거저 얻게 된 것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진상 손님들은 분명히 있었고 그들을 겪어내고 쫓아내기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했다. 그 때는 그 진상 손님에게라도 나를 팔아서 매출이 있어야 가게가 잘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사람들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다른 곳에 가면 되고 나는 굳이 그들을 붙잡을 이유가 없다는 걸. 국이 짜요? 물을 드세요.
대단한 프랜차이즈들도 있고 유명한 맛집도 있겠지만 나는 귀여운 골목길 어느 모퉁이에 있는 아담한 가게이고 싶다. 그곳에는 책도 있고 술도 있고 차도 있고 사랑이 있다. 서로의 고민을 존중하는 경건함이 있다. 가끔은 마음대로 드러누워 낮잠 자고 갈 수 있는 소파도 있다. 그곳에서 아주 오랜 시간 나의 다정함을 팔고 싶다. 꽤 잘 먹히는, 중독적인 그 맛. 그걸 아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평생을 깔깔거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