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 잎줄기에 베었다
정확하게 이름을 모르겠는 이 나무는 통칭으로 야자나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는 Palmita라고 부른다. 말의 줄기를 따라가면 palma의 축약형이다. 종려나무로도 불리는데 성경에서는 마지막 유월절에 예수를 맞이하던 이들이 예루살렘에서 흔들고 바닥에 깔았던 그 나무의 잎이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낯선 이국 - 특별히 남국의 상징일텐데 얼필 비슷하게 보여도 꽤 많은 종류가 있다. 기둥줄기가 자라고 잎이 올라가며 둘러 자라는 것은 비슷하다. 어떤 종류는 잎이 부드럽고 날카로운 부분이 없는데 여기에 사는 많은 종류의 palmita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다.
이 나무가 자라는 방법은 독특하다.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잎이 계속 자라면서 그 잎의 섬유질로 줄기를 만들고, 다시 그 중심부에서 잎이 나오면서 줄기를 자라게 하는 방식이다. 사막에서도 자랄만큼 건조한 기후에 강하기 때문에 건조한 날씨에도 습기를 얻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잎은 넓게 자라면서 온도차에서 생기는 이슬을 이파리에 모으고 그 잎들이 그 이슬을 줄기의 가운데로 보내어 줄기를 따라 뿌리까지 흘러가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줄기는 아주 매끈하지 않고 거친 섬유질이 얼기설기 엮인 형태인데 그 속에서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모세관 현상의 표면장력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새 잎이 꼿꼿하게 자랄 때는 습기를 잘 모아 줄기로 보내지만, 새로운 잎에 밀려난 나이든 잎은 저절로 꺾여 시들어간다. 물론 시든 이파리들도 습기를 모아 땅으로 떨구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것들은 알아서 제 생태를 이어가지만 정원과 공원, 가로수로 서 있는 것들은 때때로 잎을 다듬어주어야 한다. 마른 이파리에 벌레들이 살기도 하고, 보기에도 매끈한 것이 좋다.
우리 마당에도 palmita 몇 그루 자란다. 엔세나다Ensenada 서진원 선교사님 돌아가시기 전에 씨앗 떨어져 자라던 것들을 플라스틱 화분에 모아두셨었는데, 사모님께서 우리 예배당 지을 적에 가져다 심으라고 주셨다. 꽤 많이 주셔서 우리 마당에 심고도 남아 나누기까지 했다. 이제 십수년이 지났으니 몇몇 나무는 나보다 크게 자랐고 높이까지 자란 녀석의 잎을 쳐내는 일은 좀 무서운 일이다.
앞에 얘기하던 것처럼 야자나무의 잎줄기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있다. 어떤 것들은 상어의 이빨처럼 생겼고, 조금 더 크고 넓게 자라는 녀석의 가지는 한뼘 정도 꼬챙이처럼 생겼다. 이전에 그 꼬챙이에 찔려서 고생한 적이 있다. 1cm 정도 되는 가시가 손가락에 들어가 몇 주 나오지 않았던 거다. 나중에는 곪은 자리에서 뾱 솟아나오기는 했지만...
오늘은 화요일, 마을에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날이라, 마당의 야자나무 이파리를 정리했다. 의자까지 놓고 올라서야할만큼 높은 것들을 자를 때는 조심한다고 했지만, '베.었.다' 전정가위로 이파리 하나를 자르고 손을 내리다가 아래에 있던 잘린 잎줄기의 이빨에 살을 쓰윽 베었다. 상처를 보니, 고등학교 때 (지금은 소방관하는) 영희가 내 커터칼로 장난하다가 내 팔꿈치께 내었던 것을 닮았다. 깊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단호하게 살에 금을 냈다. 얼른 내려와 차에 있던 밴드를 꺼내 붙였다. 몇 번 살을 베어본 경험으로는 이번에는 별 일 없이 잘 붙을 것 같다. 조금 아프지만, 그냥 조금 아픈 것이고, 살짝 살에 금이 생긴 것이다. 나머지 잎을 정리했다. 아침에 내다놓은 쓰레기통 옆에 잘 모아두었다.
야자나무 잎줄기는 날카로워.
베인 상처는 아프다.
그래도, 금세 낫겠지 싶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