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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Jul 15. 2021

아침 생각 : 행복을 찾아서

'나'를 중심에 두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예쁘기도 하지. 


아침에 분주하게 보내면서 누리는 가장 작은 여유 하나는 둘째 딸 아이가 내려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다. 며칠 된 거 같은데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에 출근 시간과 아이들 등교 시간에 쫓겨 허덕대는 게 일이었는데 별다른 변화 없이 이번주는 아침에 커피 한잔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 양상은 비슷한데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덕분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일도 출근하는 일도 한결 여유로워 졌다.


출근하다 보니 하늘이 너무 예뻐 결국 갓길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누군가 추천해주신 음악을 틀고 하늘을 보며 호사를 부려봤다. 하늘이 너무 예뻤으니까. 얼마나 되었을까 출근하면서 이렇게 여유를 누려본게. 오늘은 아침에 하늘 때문에 행복했다.


어제는 저녁에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몇번 받았다. 어제 학교 회식날이었는데 가지 않아서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시간에 큰 딸아이와 카페에서 티 한잔을 하며 유튜브도 함께 보고 종일 있었던 일도 깔깔대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요일은 큰 딸아이가 학원이 일찍 마치는 날이라 늘 데이트 하는 날이다.


어느새부턴가 세상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와 버린 느낌이다. 사실 너무 지치기도 하고 누군가와 뭔가를 맞춰가며 살아내는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같이하는 티 타임도 부담스럽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소소한 것들이 이어지는 게 인간관계이고 사회생활이라고 한다.


소소하게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고, 가볍게 티를 마시며 깔깔 대는 일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다만 나이가 들고부터는 그런 일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더 집중해서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새롭게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 너무 버겁기도 하다. 늘 삶에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은 버거웠다.

보너스로 지난 번 울산 갔을때 보게 된 하늘. 크신 분의 터치가 예술.

길지 않은 삶을 살아내면서 남보다 먼저 더 많은 큰 일들을 지나고 보니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일에 에너지 소모하지 않고 학교에 있을 땐 아이들에게, 가정에서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음악적인 일에는 열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행복으로 가는 이랑이 다 다르니 나의 이랑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고 남의 행복이 흐르는 방법과 방향을 비하해서도 그렇다고 추종해서도 안되는 걸거다. 그저 나는 나의 행복을 따라 걷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행복의 이랑을 따라 흐르는 일을 설명하는 일도 좀 지치다.



대문 밖 하늘빛이 고와도 고맙고
길마다 나뭇잎 바스락 거려도 고맙고
계절마다 알아서 피어주는 꽃들도 고맙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찾은 원두 커피가
딱 내 잔만큼 남아서 고맙고
각설탕 하나 넣었는지 두 개 넣었는지 몰라
하나 더 넣었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게 되어 고맙다

잘 살고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하루를 잘 살고 있어서 고맙고
늦은 밤 졸리워 잠들어 고맙고
더 자고 싶은 피곤한 몸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아침이라 고맙다

조용한 오후,
내 책상에 턱 괴고 앉아 있다
밀려드는 고마움들에
듣고 있는 철 지난 유행가가 이렇게 흥겨울 수 없다

질문이 대답이 되는 그런 시절이라
뭐든, 누구든, 뭐라하든 참 좋은 시절이다

시집 '심통 하나, 시 하나' 중 '참 좋은 시절' 전문

아침에 큰 딸아이가 만들어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저 들이키고 다시 학교로 출발했다. 오는 동안에도 파란 하늘이 주는 파란 행복이 오늘 하루를 또 행복하게 할 것 같다.


근데, 잠깐 멈춰서 하늘 좀 보고 가면 안되냐고 물으니 누가 그러더라.


가면서 보면 안되어?

그것도 좋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조금은 칙칙한 못그린 캔버스화 같은 내 일상에 오늘은 파란색 수채화 물감으로 칠하며 하루를 보내볼테다.


*다 적고 보니 글을 반말로 썼네요. 그런데 오늘은 그냥 이렇게 두려고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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