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지> 그리고 박경리 문학관

신나는 여름 여행 #2

by 마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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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름 여행 이야기를 쓰려고 보니 시간적 순서와 장소가 좀 뒤섞인 느낌도 있지만 뭐 어떨까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숙소에서 평안한 밤을 보내고 두번째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숙소 근처였던 통영 동피랑에 잠깐 들렀습니다. 통영은 여러 차례 방문해서 기록을 남겼고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것까지 하면 정말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자꾸 통영을 찾는다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은 충무 김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어느 날은 통영이 중간이라서

또 어느 날은 벽화들이 즐비한 골목을 걷고 싶어서

또 하루는 그냥......


다시 찾은 이유는 기약 없는 이 여행의 숙소를 통영에 잡아서 저녁도 충무 김밥으로 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딸내미들과 다시 찾은 꿀빵도 우리의 그 시간만큼 달달했습니다.

SE-be2b9c21-8caf-46ed-96c2-9f662ba8308e.jpg?type=w1 이 날의 목적지는 박경리 문학관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리고 다음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전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동피랑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사실은 그 벽화에 이 날의 목적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걸 이 글을 쓰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할 수록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수 시간을 달려 박경리 문학관 가기 전에 먼저 들르기로 했던 화개장터로 향햤습니다. 하필 그 시기가 경남북에 폭우로 수해가 발생했던 직후라서 지나는 길가의 강도 산등성이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나는 그 시간이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차분한 마음으로 일정을 옮겨다녔습니다.


화개장터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1996년 즈음에 한번, 그리고 올해. 시간의 간격이 정말 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거의 20여년만에 찾은 화개장터는 제가 알던 그 화개장터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정말 어색했습니다.

20250805_140245.jpg?type=w1 이제는 노랫말로만 남은 화개장터였습니다.

딸내미들과 조영남님의 화개장터를 들으며 달려간 그 길이 참 무색했습니다.


20여년전에 찾았을 때는 나룻배는 없었어도 노랫말에 거의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이번에 가본 화개장터는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 변해버렸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 타고

산청에선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 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화개장터' 가사 전문


시간이 지나는 배경과 사람, 사물이 변해가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많이 변해버려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딸내미들이야 이번이 첫 방문이라 이 모습이 첫 기억으로 남을 테지만 두 번째인 제게는 참 어려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짧은 시간 머무르고 바로 소설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이 있는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은 지척에 있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동선으로 보면 박경리 문학관을 먼저 들러 충분히 둘러본 후 최참판댁에 들러 차분하게 시간을 즐기는 게 좋았습니다. 여기도 첫 방문지는 아니고 세번째 방문인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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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은 정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저 아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오르는 이 언덕이 그렇게도 가파르고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그냥 갈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힘들다는 큰 딸내미 밀어주고 그런 아빠를 막내가 밀어주고 서로 위치를 바꾸어 가며 겨우 겨우 올랐습니다. 그래도 그 언덕과 오르막의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문학관안은 또 너무나 차가워서 두 계절을 겪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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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5_144635.jpg?type=w1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물이었던 '에어컨'입니다. 더운 탓에 이 전시물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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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질문이 많은 두 따님이라 있는 아는 건 모두 꺼내어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고 소설가 박경리님의 문학사적 업적에 대해서도 굉장히 진지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문학관 한켠에 이렇게 소설의 일부분을 필사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두어줄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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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문학관을 두어시간 남짓 머물며 상세하고 보고 듣고 이야기 나누며 토지라곤 한줄도 안읽어본 자녀들과 진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조금 걸어 드라마 촬영지인 최참판댁에 들러 봅니다. 정말 넓게 자리 잡은 모습은 많이 달라져버린 다른 곳들하고는 다르게 그대로여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SE-2319226c-5f0f-4b1e-a920-7a7dc6bcb408.jpg?type=w1 더운 여름날 여행 덕에 지친 막내가 마루에 걸터 앉아 긴 생각에 잠겨 있길래 멀리서 줌을 당겨 한장 찍어두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 통영 여행의 이야기를 먼저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수십년만에 방문하는 곳들이라 그 변화 앞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어색하고 아쉬웠습니다.


자녀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방문했던 곳들을 자녀들이 이렇게 크고 다시 방문해 보니 분명 자리는 그대로인데 또 그대로인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들르고 나면 또 언제고 다시 이 곳들을 방문하게 될 것인데 그 때는 또 어떤 마음과 삶의 태도로 이 곳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생각해보니 30대 초반에 들렀던 이곳을 불혹의 중간을 훌쩍 넘기고 다시 찾았으니 그 때의 마음과 또 지금의 마음 역시 그대로이지 않을 듯합니다. 뭔가 훨씬 더 빠르게 변해가는 스스로이지만 또 그대로였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자녀들에게 늘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잔소리가 유통기한이 지난건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장소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색하게 변해가는데 십수년전의 도식을 가지고 자녀들에게 하는 그 잔소리가 시대와 장소와 대상에게 맞는 것인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포토 스폿이 가득한 곳에서 신나게 사진 찍는 자녀들을 앞세우고 천천히 걸으며 역시나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2025년 10월 13일>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마리샘에 동시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riesam/22404022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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