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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부쿠마 Jan 09. 2024

16. 군대 이야기

군대를 왜 작은 사회라 하는가

케케묵은 군대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흔히 남자들만 가는 군대 이야기는 재미는 그다지 없을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보다는 깨달을 점이 분명하게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본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왜 군대를 작은 사회라고 불렀는지 깨닫게 된다.


난 20살이 되던 해에 군대에 입대하여 평균보다 어린 나이에 군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입대 후 훈련소에 배치를 받고서는 나이를 떠나 다 같은 훈련병의 신분으로 친구처럼 동기들과 지낼 수 있었고 입대 전 비만이었던 나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훈련소는 그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 의무교육으로 다니는 학교와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훈련소를 거쳐 자대 배치를 받게 되었는데 이때 내가 소속된 분대의 모습을 보고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아마 군생활을 겪어본 남자들이라면 알 테지만 첫 자대배치를 받고 생활관에 들어갔을 때 내가 소속된 분대의 계급장을 우선 확인해 보라고 들어보았을 테다.


그때 분대장이 상병 그 밑으로 일병이 한 명 나머지가 전부 이등병인 상황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으니 눈앞이 까매졌었더랬다. 게다가 20살에 입대한 나는 나이로도 부대 내 막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기들이 있다지만 나보다는 나이가 위였던 상황이기에 조금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계급이 오르면서 상당히 편하게 대하긴 했었지만 말이다.


헌데 강원도에서도 후방부대였던지라 훈련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부대 내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부조리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행위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D.P. 의 수준만큼은 아니었다.

내 군생활의 시점이 D.P. 와 동시대라고는 하지만 부대의 특성이 조금 다르니 그곳에서는 그러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알게 모르게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 군부대 아니겠는가.


내가 있던 곳은 신체적인 접촉은 있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게 상당했다.


그중에서도 왕따를 시키는 문화가 있던 집단이었는데 약해 보이거나 본인들 기준에 부족해 보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게 선임이건 후임이건 가리지 않고 인간취급을 안 하고 가장 기본적인 인간 대우를 해주지 않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원래는 아니었겠지만 군 제대 이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던 한 인물은 원래 그런 인물이었던 게 확실했었다.


내가 표적이 되었던 이유는 성격도 유약해 보이는 어린애가 자기네들이 싫어하는 선임을 잘 따른다는 이유에서 괴롭힘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선임은 일을 잘해서 간부들이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조금 답답한 성격의 후임들에게는 꼰대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기에 그들 입장에서는 '저 사람만 없었어도'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


나 역시도 조금 답답함을 느꼈지만 세상물정을 잘 모르던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던 사람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낼 정도로 잘 지낸 사람이다.


지금은 그때의 폐쇄적인 장소가 아니기에 꼰대기질은 없어졌지만 그때의 그 사람은 그러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지만 본인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꼈다 하였는데 문제는 이 선임의 전역과 동시에 모든 화살이 내게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었다는 것이었다.


총 군생활 2년 중 괴롭힘을 당한 기간은 대략 6개월가량이었는데 내 계급이 병장이 되었을 때 그 모든 괴롭힘이 끝났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 나를 괴롭히던 주동자 중 마지막 한 명까지 전역하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괴롭힘이 끝난 것인데 그들이 전부 부대 내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움츠러들고 숨죽이고 있던 후임들이 웃기 시작하며 그들 흉내를 내는 걸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전역을 하는 그 순간까지 그들이 무얼 하건 웃으며 형노릇을 하다가 전역을 하였다.

그 안에서도 나에게 잘 대해주었던 선임이 내게 해준 것처럼 내가 선임자로서 챙겨주고자 한 후임들이 훗날 전역을 하고 날 찾아와 이야기를 해주어 나의 전역 이후 그 부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번 악습이 자리 잡으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답습하게 된다는데 그 동생들이 전역하는 그날까지 내 세대가 자행한 왕따 풍습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내가 웃으며 넘긴 그 시간들이 그런 악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요즘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자들이 하는 행태가 그 안에서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문득 군대 이야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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