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족도 타인이다
나는 내 가족을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가족에게도 선은 존재한다. 특히 지금은 두 부모님 모두 재혼을 하시었기에 나의 부모님께서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내 이름으로 발부 가능한 가족증명서밖에 없다.
아버지의 재혼 사유는 훗날 나와 내 동생의 결혼식에서 당신의 옆자리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기 위함이라 하셨으나 솔직한 나의 마음으로는 그 자리에 나의 친모께서 그날 하루만큼은 필히 계셔야 함이 옳다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불편하니 멀리서 지켜보겠다 얘기하셨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지금에 와서 나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내용이다. 그리고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과거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연락을 끊고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힘든 시기에 내 정신도 온전치 않아 날카로웠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이때 나는 처음으로 가족 간의 넘을 수 없는 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창 내 고집으로 모든 행동을 결정하면서 주변의 조언도 곱게 들리지 않았던 시기에 어느 날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만나 자리를 했을 때였다. 지금이야 크게 악의 없이 깊지 않은 생각에 말이 불쑥 나오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당시의 나는 새어머니의 말들이 거슬렸었다. 솔직히 누가 들어도 거슬릴만한 말들이다.
"내 아들 OO는 제대로 된 회사를 다니는데 너는 왜 그러냐."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맞는 거냐. OO를 보면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건데 생각을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
이러한 말들이 당시 고집으로 뭉쳐있으면서 내 선택이 실패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 내게는 매우 거슬리고 듣기 거북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의 나는 큰소리를 내었고 그것에 있어서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어가며 타인과 내가 비교되는 삶을 다른이도 아닌 아버지를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어버린 새어머니에게 듣고 싶지는 않았었다.
나의 친모께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한차례 있었지만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옆에 계시는 새아버지라는 분은 나에 대해 일절 왈가왈부하지는 않았지만 되려 나의 어머니께서 걱정된다는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더랬다. 물론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과 연관된 손님이 비교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을까?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버리니 가족이라는 관계에 회의감을 느껴버렸고 이 일로 인하여 나는 부모님과 무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물론 아버지도 생각이 강하시기에 내게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으셨다. 어머니께서는 연락을 시도하셨지만 내가 따로 반응을 하지는 않았었다. 어찌 보면 불효스러운 행동을 행했으리라. 지금이야 그 선 안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잘 지내고 있지만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도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이후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부모님께서는 새로운 가족을 만드셨으니 그 가족 안에서 행복하시길 바라며 나는 나의 가족을 찾아야겠구나."
시간이 지나며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져만 갔는데 결국 그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세상 풍파는 나 스스로 헤쳐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나의 가족을 위해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온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이야기를 부정하며 나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줄 예비신부님께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낳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은 진심으로 남겨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