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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Dec 17. 2016

<라라랜드> 꿈과 사랑, 둘 다 만족하기는 어렵다

요즘 영화 <라라랜드>가 화제다. 초반 길이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군무부터 시작해서 강렬한 탭댄스, 몽환적인 상상력, 꿈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관객들은 물론 평론가들까지 호평을 하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무려 별점 5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 그들의 고뇌와 선택을 주제로 하려고 한다. 


(아래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포스팅은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829777&memberNo=16213818)에서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을 다룬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은 배우의 꿈을 위해 6년째 오디션을 보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디션을 보는 도중 누군가 들어오기도 하고, 한번은 2차 오디션을 본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끝이 나버리기도 한다. 


배우의 꿈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커피숍 알바를 하지만 미아 입장에서는 오디션 현장은 굴욕이고, 자신보다 비주얼이 더 뛰어난 경쟁자들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도 마찬가지다. 그는 재즈를 좋아하고 사라져가는 재즈를 지키고 싶다.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클럽을 개설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가 추구하는 정통 재즈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세바스찬은 정통 재즈를 사랑하고 끝까지 지키고 싶어한다. 


세바스찬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꺾는다. 미아와 미아 어머니와의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그가 고정적인 연주도 없고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고 미아와 가정을 이루려면 안정적인 수입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예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학 동창이 하는 밴드에 들어간다. 일단 조건은 매우 좋았다. 1주당 1000달러는 고정으로 받고 판권이나 기타 수익은 따로 배분받기로 했다. 


한 번 계산을 해봤다. 1년은 52주니까 5만2000달러는 확정이고 오늘 기준 환율로 6172만원이다.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5500만원 정도이고, 밴드도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감안하면 1년 1억원 정도 수입이 예상된다. 

그는 앙숙이었던 키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밴드에 합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세바스찬과 미아는 말다툼을 하게 된다. 미아는 고정적인 일자리가 있었으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꿈을 유지한 상황에서였지 매주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를 돌고 둘이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을 원한건 아니였던 것이다. 


작중에서는 투어 활동으로 몇 달이 아니라 2년 이상 시간 내기 힘들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도 느끼지만 꿈과 현실을 모두 잡기는 어렵다. 취준생일때는 취업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취업하면 또 다른 고민을 하기도 하고, 회사에 상당 부분 자신의 삶을 투영해야 한다.) 


그러나 세바스찬은 어차피 재즈를 사람들이 듣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정규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집에 오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연주를 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미아는 배우로 성공하는 게 꿈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나는 2008년부터 언론 매체에 몸을 담고 있는데 꿈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신문기자의 경우 일반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매우 낮다. 그래서 특히 남자 선배들 중 상당수는 와이프보다 버는 돈이 작고, 자녀를 낳았을 때 가족부양하기 힘들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심지어 연봉차가 2배, 3배나 나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의 꿈을 접고 기업 홍보실이나 협회, 아니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경우를 봤다. 그 중에는 기자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여겨서 떠난 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족을 생각해서 보다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일인극에서 무지막지한 혹평을 듣고 연기의 꿈을 접었던 미아는 오히려 그 일인극에서 주목을 받았고, 결국 유명 배우로 성장한다. 


그리고 세바스찬도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클럽의 사장이 된다. 다만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조짐이 있었다. 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이고 그런 취지의 대화를 서로 나눈다.

 

아무리봐도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아니었을까.


만약 내가 세바스찬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도 내 소신을 접어서라도 밴드에서 계속 활동했을 것 같다. 최소한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했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꿈이라는 미명 하에 일만 벌려놓고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바스찬이 꿈을 포기하고 미아를 서포트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삶, 그리고 각자 꿈을 이룬 삶, 어떤게 더 낫다고 판단하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라면 세바스찬의 입장, 결정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마냥 새드엔딩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피엔딩이라기에는 슬프고, 그러면서 맨 마지막 주인공들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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