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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Jan 11. 2017

주인공 사랑에 희생되는 피해자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中에서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온갖 난관과 방해를 뚫고 사랑을 이루는 장면들이 많다. 시청자, 또는 관객들도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방해물인 악역(?)들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스토리 흐름 상 주인공의 사랑을 위해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24년전 영화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고 이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월터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애니(맥 라이언)는 가족들에게 남친 월터(빌 풀먼)을 소개하고 약혼을 발표한다. 분명 그 커플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하필 애니가 라디오 주파수를 막 맞추다가 한 방송을 들은 게 화근(?)이었다. 바로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 샘(톰 행크스)의 사연과 그의 음성을 들은 것. ㄷㄷ 애니는 그 스토리에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리고 샘을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했던 1993년도에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모두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전성기 시절이었고 스토리 상 둘이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게 이상적이기는 하다. 


결국 이 곳에서 결별 선언을 듣게 된다.  사진출처 : http://royalholiday.travel/blog


하지만 월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안습의 상황이다. 월터는 핸섬하고 매너도 좋고 여친이 운명적인 사랑에 흔들리고 있어도 끝까지 지켜줬다. 게다가 유서가 깊은 반지까지 선물하는 등 외적, 내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다. 솔직히 이런 남자 현실에서 만나기 힘들다.  


월터는 그야말로 생면부지의 전화남, 라디오남(?)한테 밀려서 연인을 떠나보내야 했는데, 그 상황에서도 쿨하게 행동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샘과 애니는 전화통화도 못해봤고 그 장면 기준 딱 한 번 스켜 지나가듯이 인사한 게 전부였다. 


주인공들은 이렇게 만나는데 월터 지못미;;;


영화는 애니가 월터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약속의 장소로 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천신만고 끝에 샘과 애니가 무려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운명의 재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행복한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로 끝난다. (빌딩 외벽에는 하트 모양의 불빛이 밝혀져 있다.)


많은 분들이 이 장면에서 감동을 느끼고 나도 명장면으로 꼽지만 내가 월터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슬프고 가슴 아팠을까, 주인공의 사랑에 월터가 피해자가 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월터 지못미;;;

P.S

그런데 생각해보니 월터는 그 다음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형 피터(피터 갤러거)을 제치고 루시(산드라 블록)와 사랑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다. 루시는 원래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가 잠든 사이 동생과 맺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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