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자, 와이프는 프리랜서다. 두 직업 사이에 큰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마감’이다. 마감을 ‘반드시’ 해야하는 직업이다.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한 지도 몇 년이 지났건만 매일 마감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요즘 와이프도 일이 많아져서 집에 오면 마감에 몰두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와이프도 과거 기자생활을 해서 마감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
압박감의 유형도 다양한데, 우선 기사의 도입부가 잘 안 써질 때가 있다. 리드만 잘 작성하면 그 이후에는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기사 내용의 핵심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안 떠오르면 마음이 답답하다.
타 매체 기자들은 비슷한 사안에서 어떻게 썼나 보는데, 이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 머리 속에 그 리드문에 대한 잔상이 남아서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적도 꽤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기자가 쓴 내용을 카피할 수는 없지 않는가? 다만 이 경우는 첫 시작만 극복하면 그 이후는 그나마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취재원과의 연결이 잘 되지 않을 때다.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제에 적합한 취재원의 멘트 인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전화 통화 등 컨택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는 ‘이 기사에는 이 분이 적격이지’하고 전화했는데 해외로밍이 뜬다거나 전화기가 꺼져있으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연결이 됐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 나올 때도 있다. 하여튼 이런 경우는 ‘부랴부랴’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데, 갑자기 찾으려니 쉽지 않지만 연결이 잘 되면 그야말로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무슨 천군만마를 얻은 듯,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에 비견될만 한다.
세 번째는 분량의 문제다. 상황에 따라 기사를 길게 써야할 때가 있다. 특히 기획기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말 취재를 하고 쥐어 짜내도 분량이 부족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중언부언 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문장이 늘어질 때가 있는데, 이러면 설령 분량을 채워도 지적을 받게 된다.
네 번째는 어쩔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주어지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마감 시한은 오후 4시인데, 중대한 발표를 갑작스럽게 3시 넘어서 하면 정말 미치는 거다. 사전에 내용을 알 수도 없고 결국 발표를 들어야 하는데, 기사를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때 기자실 또는 브리핑석 광경을 보면 정말 미친 듯이 자판을 치는 기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들 모두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마감을 못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제대로 기사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때로는 부담감에 식은땀이 날 때도 있다.
아울러 윗선에서 “빨리 마감 안하느냐?”, “도대체 언제 마감하느냐?” 는 등의 독촉 또는 압박이 있다면 내 심장박동수가 한 200을 넘는 것 같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한 10년전 기자 초창기 시절에는 기자실에서 흡연이 가능했는데, 고참 기자들이 담배를 물고 마감하는 모습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마감은 기자실에서 하고 집에서는 휴식을 취하거나 다음날 해야 할 내용을 찾는데, 와이프는 지금 밤 12시가 넘은 지금도 마감하고 있다. 그런데 그래도 지구는 돌 듯이 그래도 마감은 한다. 물론 마감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후폭풍에 때로는 퇴출(!!)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