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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Mar 12. 2020

팟캐스트 4년, “즐겁게 해왔다”

누리네 다락방 팟캐스트를 해오면서

‘누리네 다락방’이라는 팟캐스트를 2016년 3월13일에 했으니 오늘 딱 4년을 맞았다. 

http://www.podbbang.com/ch/11341


에피소드는 무려(!!) 203개를 했다. 1년이 52주니까 4년이면 208주인데 거의 빠지지 않고 업로드를 한 것이다. 여름휴가 기간 등 쉴만한 타이밍에도 멤버들이 녹음하자고 했고 심지어 내가 결혼하기 전에 녹음을 하고 가기도 했다.  


팟캐스트를 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가끔은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결심(?)을 했다. 지금와서 말하지만 ‘누리’는 와이프가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고 대표 이미지에 나오는 모습이 바로 누리의 모습이다. 



간혹 와이프나 친구, 또는 스페셜 게스트를 모셔서 했었는데, 대부분은 멤버들과 같이 했다. 초창기 ‘자몽’, ‘털실’님, 이후 ‘소피’님, ‘레아’님, ‘조이’님 등이 거쳐가셨고(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는 ‘도로시’님과 2인으로 하고 있다. 


딱히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그냥 영화에 대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그걸 나만의 채널로 하고 싶었다. 다만 흥행을 위해 막말을 하거나 어그로를 끄는 건 안하려고 했다. 어디까지나 클린방송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했다. 


팟캐스트를 하면 시간과 돈이 꽤 든다. 녹음은 2주에 한 번, 그리고 녹음을 한 번 할때 두 편의 영화를 다뤘다. 방송 처음에는 영화 한 번, 도서 한 번 이렇게 해서 문화 팟캐스트를 표방했지만 도서 선정도 어렵고 읽기에도 시간이 걸려 영화로 전환했다. 장소는 초창기에는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 팟빵스튜디오에서 하다가 현재는 망원 근처로 옮겼다. 


현재 녹음을 하고 있는 망원 근처 스튜디오. 사진/marseilleu


일단 영화 두 편을 보려면 최소 3시간이 걸리는데, 요즘 영화들은 두 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아 광고 시간 등 포

함하면 시간도 꽤 투자해야 한다. 회비는 월 2만원으로 했는데, 한 번 녹음할 때 평일 2만5000원, 주말 3만원이고 두 번이면 5만~6만원이 들기에 2만원으로 책정했다.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CGV VIP에도 올랐다. 


어벤저스 등 인기작, 블록버스터 영화는 시간대가 많아 보기가 편한데, 작품성이 높거나 예술 영화는 일단 개봉관도 별로 없고 시간대도 조조 아니면 심야 시간이어서 관람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먼 곳으로 원정을 가거나 늦은 밤에 영화를 봐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름의 모티브가 된 '누리' 사진/marseilleu


팟캐스트를 하는 건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멤버의 의견을 듣는 재미로 했던 것 같다. ‘대본’이라고 해서 영화에 대해 어떤 점을 다룰지 대략적으로 항목을 작성하지만 녹음을 하다보면 결국 대본대로만은 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주제, 감상 등을 나눌때도 있다. 


이런점들이 팟캐스트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런 재미가 없다면 시간과 돈을 들여서 팟캐스트를 하는 이유가 없지 않을까?


3~4년 정도 3인체제로 하다가 조이님의 하차 후 2인체제로 하는데 확실히 다양성 면에서, 오디오나 콘텐츠면에서는 3인체제가 좋다고 느꼈다. 다만 2인체제가 좋은 점은 영화 고르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녹음할 때 영화 두 편을 하니 2인체제면 하나씩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왜냐면 3인체제때 간혹 선정에 난항(?)을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3인체제때의 장점이 떠올라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초창기 녹음했던 팟빵스튜디오 모습. 사진/marseilleu


그리고 어벤저스나 기생충, 겨울왕국2, 조커 등 누가 봐도 초이스를 할만한 작품도 있지만 비수기때는 영화 선정을 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또한 서로 영화에 대한 취향,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 조율해야 할 상황도 온다. 


연말에는 ‘올해의 베스트5’ 등 한 해를 결산했는데, 가끔은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로 영화관에 가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예전 영화를 보기도 했다. 나의 픽은 ‘컨테이젼’, ‘월드워 Z’ 등 바이러스와 확산이나 좀비 영화 등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 3편을 한 꺼번에 다뤘던 특집도 기억이 나고 얼마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분에 상을 받으면서 긴급 녹음을 진행한 것도 특별했다.   


현재 녹음장소에서 찍은 모습. 사진/marseilleu


개별 영화 기준으로는 ‘곡성’, ‘라라랜드’, ‘어벤저스 앤드게임’ 등이 Top pick이고 ‘세라비’, ‘강철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일일시호일’ 등도 인상깊게 봤다. 되돌아보니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을 많이 다뤘는데(가족과 일상에 대해 정말 잘 표현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 ‘걸어도 걸어도’가 가장 좋았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토이스토리4, 코코, 주토피아,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을 지밌게 봤는데, 한 번은 내가 픽사 작품을 다룬 특집 1인방송을 한 적도 있다. 그때 ‘업’, ‘인사이드 아웃’, ‘토이스토리3’, ‘라따뚜이’를 한 번에 묶어서 혼자 녹음을 했는데, 업의 첫 4분 인생 장면, 인사이드 아웃에서의 ‘봉봉의 결단’, 토이스토리3의 엔딩 장면 등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얼마전 이달의 추천 팟캐스트에도 선정된다. 사진/marseilleu


4년 동안 하면서 구독자는 600여명 정도 됐는데 이번 3월 '이달의 팟캐스트'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현재 1885명까지 늘었다. 4년 동안 이룬것보다 이번에 선정된 효과가 훨씬 큰데, 구독자가 많이 늘어난만큼 좀 더 알찬 내용을 담아야 하겠다는 다짐이 든다.  


원래는 선정된 줄 몰랐었다. 회사 메일 계정만 관리하고 내 개인 계정은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팟빵에서 문자를 보내서 메일을 확인하고 시간 내에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대표 이미지도 바꿨다. 원래는 위에 보이는 푸른 배경의 이미지다. 여기서도 '누리'가 등장한다. 


언제까지 팟캐스트를 할지는 모르겠고 최근 1~2년 추세를 보면 워낙 유튜브가 인기를 모으면서 팟캐스트의 조회수가 떨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영상을 하기에는 내 상황이 어렵고(음성편집도 힘들고 시간 걸리는데 영상은;;;) 

팟캐스트 등 음성의 장점이 있기에 할 수 있는 한 팟캐스트를 계속 하고 싶다.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벌써 4년이 흘렀구나. 


초창기때의 녹음 모습. 간혹 그때 기억과 멤버들이 떠오른다. 사진/marseil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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