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13일 결혼 후 첫 이사를 했다고 글을 남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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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3월8일이니까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솔직히 이사를 가고 싶지 않았다. 그 집은 내가 독립해서 가정을 이루고 첫 집이었다는 의미도 컸고 나름 만족하면서 지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사를 앞두고 D-DAY 날짜를 세면서 ‘아, 이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아쉬워했었다.
2년3개월 동안 지냈던 집을 떠나 근처 동네로 옮기게 됐다. 증미역 부근 아파트에서 가양역 부근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한편으로는 운이 좋았다. 더 먼 곳으로도 이사갈 뻔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양역 부근 아파트 전세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부동산에 갔었다. 세 곳 중 두 곳은 다른 커플과 같이 집을 보러갔는데 그날 당일 두 곳이 계약됐다. 그만큼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 잘 안나오며, 나오는 즉시 계약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사를 한 후 전입신고하고 전세계약 확정날짜 받고, 대출금도 일부 상환하고 정신이 없었다. 적응은 나와 와이프 뿐 아니라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도 겪어야했다.
이사 전날 부모님 집에 맡겼다가 이사하고 저녁 다시 데려왔는데, 저녁 먹으로 나갔던 사이 고양이들은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 나하고 와이프가 들어오고 한 두 시간 지나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하루 지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아, 그리고 이곳에는 욕조가 없어서 20만원 정도를 들여 새로 장만했다.
이사하면서 음식물 카드를 받았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때 카드를 인식해야 버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사 한달 후 서서히 장단점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는 장점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우선 교통이 편리해졌다. 증미역, 가양역 모두 9호선 라인이지만 가양역은 급행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청, 여의도, 강남 부근 등에 출근하는데 증미보다는 가양이 좀 더 편하다. 급행을 타서 바로 당산이나 여의도, 고속터미널, 신논현 등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증미에서 가려면 일반을 타서 가양이나 염창을 가야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예 증미에서 가양까지 걸어가서 급행을 타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출퇴근이 조금 원활해졌다.
그리고 증미보다 가양이 좀 더 번화하고 상권이 발달해있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전세금도 좀 더 높았다. (내가 갚아야 할 대출금이 더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주차장도 좀 더 넓었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증미역 부근 가양9단지아파트에 살때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이마트’가 근처에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근처 KFC는 특별 프로모션을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혜자’라고 생각한 곳이었는데, 이제는 한 정거장을 가야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현재 사는 곳이 훨씬 좁다.
반대로 버거킹이나 홈플러스와는 가까워졌다. 영화를 좋아하는데 롯데시네마, 등촌 CGV도 좀 더 가기 쉬워졌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면 이번 이사는 2막에서 2장쯤 되는 것 같다. 아직 이 곳의 룰에도 적응해야 되고 편의점이나 마트 등 새로운 동선에도 좀 더 익숙해져야 한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다음에 이사할 때는 전세가 아니라 ‘내 집’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