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한지도 3년이 지났다. 11월24일. 이 날은 365일 중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결혼기념일이라는 큰 의미를 지닌 날이다.
결혼 1주년은 호캉스, 2주년은 1박2일 기념 여행을 갔었는데, 3주년은 코로나 시국 등을 감안해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그러다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롯데호텔서울 라세느의 재방문이었다. 결혼하기 전 부모님, 와이프, 나 이렇게 4명이서 상견례 겸 라세느에서 만난적이 있었다.
당시 라세느에서 만나고 이후 양가 부모님들이 상견례를 하면서 결혼식 날짜가 확정되고 결혼 준비도 일사천리(?)로 준비했었다. 불과 3년전 일인데, 아련한 옛날일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 3년여만에 라세느에 재방문했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그 곳이 유명한 곳인지 몰랐는데, 식사를 다하고 나서 알게 됐었다.
다만 라세느에 갔더니 부페에 대한 안목만 높아져서 이후 다른 부페에 가도 별 만족을 못했던 부작용이 있었다. 마치 벤틀리를 타고 웬만한 고급 세단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자리를 안내받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자리 이동 시 무조건 마스크를 해야했다. 또한 음식을 집을 때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비닐 장갑을 착용해야 했다. 나는 바로 음식을 고르지 않고 몇 바퀴 돌면서 음식의 종류를 파악한 후 나름의 전략을 수립했다.
평소에 거의 먹기 힘든 연어회 등이 끌렸고 이날따라 이상하게 가자미 샐러드가 땡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딤섬도 골랐다. 나는 신혼여행을 홍콩으로 갔었는데 음식이 잘 안 맞았고 딤섬은 맛나게 먹었던 생각도 났다. 스프도 맛있어서 두 번이나 먹었다.
부페를 가면 먹을 때보다 먹기 전, 어느 음식을 고를까 할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다. 그리고 3턴 정도 먹으면 배가 부르는 것 같다. 이 날도 3턴을 한 후 파인애플만 먹고 종료를 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마셔봤다. 조금 피곤했었는데, 에스프레소를 마시니까 잠이 확 깨는데 식사의 느끼함을 해소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와이프와 대화하면서 3년전 상견례를 하고 결혼 승락을 받고 결혼 준비를 하던 그 때의 추억을 회상했다. 물론 라세느에서의 식사는 예상보다 가격이 높기는 하다. 그래서 자주 오지는 못하고 오랫만에 방문했지만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의미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