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나같이 언론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나는 솔직히 이 법의 취지에 동감하고 기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국일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기자실 문화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물론 자발적이지는 않다. ㅋㅋㅋ) 기자실 중 지정좌석을 유지했던 곳 중에서 이걸 자유석으로 전환한 곳들이 있다. 특정 매체에 대한 특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주어졌던 정기 주차권도 회수한다고 한다. (나는 차가 없지만 주차권 금액에 크다고 한다.) 내가 담당하는 곳은 주차를 하려면 홍보실 직원의 도장을 받아야 해서 기존처럼 기자라고 명함 내밀고 프리패스 하지는 못하게 됐다.
어느 곳은 소문을 들어보니 과자나 간식 등을 다 치우고 물만 제공한다고 한다. 식권도 안주는 추세다. 이것도 기자실에 따라 다른데 직원이 동행해서 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기자들에게 줬던 식권을 없애는 곳도 있다. 기자실 운영 비용은 각 매체의 회비로 마련되는데, 경우에 따라 이 회비가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요즘 기자, 홍보실 관계자 모두에게 듣는 공통적인 말은 ‘10월부터 저녁 약속이 없다’는 것이다. 다들 몸을 사리고 있다. 나부터도 최소한 ‘김영란법 위반 1호’가 되서 흑역사로 남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녁 약속이 사라지면서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듯 하다. 홍보팀 직원 중에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매일 홍보업무를 위해 저녁 회식자리가 있고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이다 보니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 업무, 회사를 위한 희생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내가 한 홍보 직원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가 두 번 정도 취소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그 분이 너무 아파서 휴가내고 병원에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내가 아는 또 다른 홍보 직원을 만났다고 한다.(이분도 아파서 병원 왔다는 의미)
나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 분을 만나서 “건강을 회복할 계기가 아닐까요?” 라고 했다.
저녁 회식 자리를 가보면 굉장히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만 해도 될 것 같은데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굉장히 고가의 코스 요리에 폭탄주도 엄청 마신다. 주니어 기자들은 고참 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술 회식 선호도가 낮다. (요즘은 문화회식도 한다던데...)
확실한 건 예전보다 이런 관행으로 인한 낭비가 줄어들고 저녁이 있는 삶, 자기 계발의 삶, 건강해지는 삶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