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 아빠 혼자 짐 나르는 건 힘들어
캠핑을 했었다...
차에서 텐트랑 캠핑도구 박스랑 가방 등등 다 내리고.. 옮기고..방수포 깔고 텐트 치고
낙엽이 살짝 덮인 땅에 팩박고..타프도 치고..테이블 펴고 캠핑의자까지 펴놓고 나면..
"아.. 힘들어.. 좀 쉬자" 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몸 좀 쉬었다가..캠핑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햇반..라면 끓여 먹고..부침개 해 먹고...카레라이스도 해 먹고..
계속 먹기만 하다가...기둥이 좀 건실한 두 그루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고 걸터누워서는
그네 타듯 와따리 가따리...
태평 태평..
그러다 해가 서산에 걸리면 슬슬 캠핑 그릴 펴고 숯불 피우고 등갈비 삼겹살 구워 먹고
소시지 구워서 또 먹고...밤 깊으면 타닥타닥 참나무 장작 타는 소리..
그 모닥불 타는 걸 보며 멍~
하늘로 향해 고개를 올려다보면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쏟아지는 별들이 큐빅처럼 박혀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이런 걸 가지고 '캠핑의 정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우중캠핑의 경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촤아 ~~~~
요란하게 퍼붓는 비가 내려도 끄떡없는 타프 아래서 약간 찌그러진 뜨끈~한 농심 육개장 사발면..
호록~호로록~
타프 위를 두두둑 때리며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그 빗소리 들으며 마셨던...따끈한 믹스커피 한잔...비록 믹스커피 한잔이라 해도
그때의 맛과 멋은 꽤나 근사했다.
그동안 어디 어딜 갔었나..잠깐 꼽아볼까....?
강원도 고성 송지호캠핑장... 봉수대캠핑장..태안 몽산포 캠핑장...양평 다목적 캠핑장...포천 광릉수목원
솔개캠핑장...가평 쪽 현리 어디더라......?
그리고 남양주 마석... 수동....
여주 이포..
나머지 캠핑장은 다녀온 사진을 봐야
"아~~ 그래 여기..."하고 기억이 날 듯하다..
암튼, 나름 여러 곳으로 캠핑을 다닌 것 같다.
그랬던 캠핑...
이제는 과거완료형이다.
좋았는데.....
안/좋/다/
평균 잡아 1년에 세 번 정도는 해오던 나의 가족만의 '오토캠핑'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고는 어쩌다 보니 ...... 자연스레 멈췄던 것 같다.
솔직히...캠핑이라는 게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몇 번 하다 보면 캠핑의 즐거움보다는
캠핑준비 할 때의 개고생이 자꾸 생각나서...그래서 더 귀찮아져서 그런지..
언젠가부터는 가족들 앞에서 선 듯 캠핑 가자고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내 가족은
나(=아빠=남자...)
그리고 여자 셋...
이런 구성의 가족이 캠핑을 갈 때의 모습은.. 이렇다....
좀 많~이 무거운 거실형 텐트랑 캠핑 도구들을 집안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오르내리면서
일일이 차에 실어 나를 때에도...
좀 더운 날...
캠핑장에서 거실형 텐트 혼자 칠 때.. 캠핑 준비 때부터 텐트 치는 거도..철거하는 거도...
한 개를 도와주지를 않는다.
아예 도와줄 생각도 안 한다~
이게... 이런 집 아빠들은 다 공감할... 비애?
그래서......
거실형 텐트는 팔아버리고 돔텐트로 바꿨지만 그것도 딱 한번 캠핑하고는
이후로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아예 캠핑을 접었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촉촉하고 선선한 바람이 좋다
캠핑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정리해 본다.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오면 낙엽진 갈색 숲 속이나 철 지난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