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와 함께 하며 외운것들
구구단이다.
63인지 64인지.. 헷갈린다.
또 틀렸나???
나는 여서 일곱 살 때 유치원 같은 건 다닌 기억이 없다.
가끔..
자신이 어렸을 때 유치원에 다녔다는 동년배 직장동료의 얘기를 들었을 때면
우리 부모님은 왜 나를 유치원에 안 보냈을까...
'가난했나? 아니면 동네에나 근처에 유치원이 없었나?
초등학교 때 우리 같은반 했던 친구들은 유치원을 다 다녔나?...
그럼 유치원을 다닌 애들은 구구단을 이미 뗏었던건가?'
아~~ 주 아주 옛날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모두...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구구단을 배우기 시작했고..
2학년 동안인지... 한 학기 동안인지 아주 열심히 구구단을 외워나갔다.
구구단을 못 외우면 '나머지 공부'를 하고 선생님한테 검사 맡고 갔던가??
나는 나머지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3학년 되기 전에는 대부분 친구들 모두
구구단을 다 뗐다.
초등 2학년 동안은... 그 구구단을 외울 때 가장 잘 외워지던 시간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도 재밌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짜로... 정말.. 그 시간이 와야지만 잘 외워졌다.
2단부터 시작해서 9단의 "구구 팔십일"까지 빠르게.. 완벽하게...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외워 끝낼을 만큼
이었으니 말이다.
바로... 교실 청소 시간이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청소시간.. 책걸상을 교실 뒤편 쪽으로 전부 밀어붙여 넣고 우리는 칠판 아래쪽
마룻바닥에 옆으로 일렬로 쪼르르 무릎 꿇은 자세로 앉아 교실 마룻바닥에 '왁스' 나 '양초'를 바르고는
각자 가지고 있는 네모난 걸레로 교실바닥을 계~~ 문질러 대며 구구단을 외우며.. 앞쪽으로 조금씩 전진.
그렇게 교실바닥을 반짝이게... 그리고 미끄럽게(?) 만들었다.
이 일은 이...
이삼은 육..
이사 팔..
......
......
(마지막은 높은음으로..)
삼일은 삼...
삼이 육...
..
...
(마지막은 높은음으로..)
이렇게... 일정한 운율로 구구단을 마치 전체가 합창하듯이 큰소리로 외워댔다.
나 역시... 그때 그 당시 그렇게 구구단을 정확하게 아주 잘 마스터하고 평생 써먹으며 잘 살아왔다.
아홉 살 때 외운 구구단을 몇 십 년 동안 잘 써먹으면서 살아왔는데 요새 가끔씩 헷갈린다..
칠구... 육십삼..
63이 맞나?
다시.... 거꾸로..
구칠이... 육십사..
64인가??
헷갈리네...
어떤 게 맞는 거지??
결국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보조프로그램의 계산기를 꺼내서 재차 확인을 한다.
꼭... 그 부분만 헷갈린다.
아! 또 있구나...
9 8이.... 62...
하~~ 아..... 72네..
구구단 얘기는 이 정도 해야겠다..
(나만 헷갈리고 있을지도 모르는걸 무슨 할 얘기라고)
그것도 초등학생 때 추억이라고 얘기를 하다 보니.. 슬프다.. 벌써 헷갈리다니...
그러고 보니... 구구단 외우던 얘기 중에 무심코 스치고 지나갈 뻔했다.
구구단 외우며 걸레질할 때 그....
왁스... 양초...
아~맞다!!
'곱돌'도 있었다.
새록 추억 돋는다....
양초도 양초지만...'왁스'
말표 구두약통 같은데 담긴 하얀 촛농 같은 왁스를 걸레에 조금 묻혀서 교실마루를 닦으면
엄청 윤기가 났다.. (좌르르.. 하게...)
그리고 '곱돌'..
칼로 곱돌을 긁어서 그 가루를 걸레에 묻혀서 교실마루를 닦으면 얼마나 미끄러웠었나...
그런데.. 그런 우리 교실이.. 어느 날..
방화 화재로 목조건물이었던 맨 앞건물 중 절반이상이 소실되었지만..
그래서 그 이후로 왁스칠 곱돌질은 멈추게 됐었지만...
어릴 적 교실바닥에 왁스칠 좀 해 본 놈이다.
그런 새록새록한 추억도 또 돋는다.
ps:
아! 가수 '왁스'의 노래가 생각이 난다.
그냥 편한 느낌이 좋았어 ♮ ♬ ♪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어 ♪~
하지만 이게 뭐야 점점 남자로 느껴져 ♩ ♬
아마 사랑하고 있었나 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