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독한 사람이었다

한 때는 그랬다

by 마르쉘

주중이면 거의 매일 밤..

강변역 프라임센터 12층에서 바라보는 한강 야경이 너무 근사했다.


한 때 나는 주중에는 거의 매일이다 시피.. 퇴근시간 6시 땡~ 하면

12층에 있는 헬스클럽에 내려가서 한강 야경을 내다보며 2시간 정도 운동하며 땀을 쪽 빼고

다시 21층에 있는 회사 사무실로 올라와서는 그때 근태 로그아웃하고 진짜로 퇴근했던 때가 있었다.

(야근수당 때문 아님.. 두세 시간 열심히 야근했다는 흔적 남기기?)


CJ에서 만든...'팻다운' 다이어트를 돕는 음료도 사무실로 박스채 주문해서는 책상밑에 짱박아두고는

헬스 하기 전에 한 병씩 마시고 운동효과는 아주 굿~이라고 믿었기도 했었다.

('팻다운' 좋다! 효과를 보기는 했다 )


그때 나는 두 달 만에 8kg을 감량했었다.

갑자기 살을 빼서 그런지 얼굴도 갑자기 살짝 늙어 보이기는 했는데 그게 갑자기 살 빼면 나타나는 부작용.


나는!

평상시에 너무 쑥~~ 나온 이 놈의 배 때문에 뭔 옷을 입어도 태도 안 나고 좀.. 쭈굴... 했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비장한 각오로 살을 빼겠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를 집어넣겠다는 일념으로.. 운동을 했고..

성공적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해서 동료들에게 대단하다는 말도 들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참 기특하고 대견하고 결심하면 해내고 마는 사람이었다.

20년 동안.. 하루에 거의 한 갑 이상을 피워오던 담배를 단칼에 딱 끊어버렸고 헬스 운동을 시작하고..

두 달 만에 체중을 8kg 줄이고 후레시하게 생활했던 '나'...

자신 있어 보이고 멋있었다.


내가....!!

결혼 전에는 그렇게 운동을 했다.(누가 보면 결혼하려고 운동한 줄)

내 정신이 내 신체에게 건강한 몸을 상으로 주기 위해 운동을 그렇게 했었다.




암튼.. 그랬던 놈.. 지금 어딜 갔나...

'배가... 어제 보다 더 나온 것 같다.'

이 놈의 배.. 쏙~들여보내야 하는데..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요새 자꾸만 저녁때 같이 헬스클럽 가자고 하는 가족이 1인 있다.


아내다.

오늘도 헬스클럽 가자고.. 말을 한다.


나는 못 들은척하고 대신 내일부터 다시 춥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드라마 보고 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이...


아..

큰일 났다는 걸 직감.

내일부터 정말로 다시.. 추워질 것 같다.


지금...

두 달 만에 8kg 감량한 그 때로부터 20년이 지났고

나는 20kg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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