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K.F.9.4.P.A.N.D.E.M.I.C.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정말 한참만에...
그렇게 잊은 채 지내오다 불현듯,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모든 학교는 온라인으로, 또 대부분의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일가친척 가족 모임은 꿈도 꾸지 못했고, 결혼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그때'...
2019년, 본격적으로는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강타했던
그때 그 코로나19의 기억이 떠올랐다.
마스크 너머의 세상
2020년 2월, 'COVID-19'라는 명칭과 함께 전염병의 공포가 우리를 덮쳤다.
평소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KF94 마스크는...
국가적 차원에서 주민번호 생년별, 요일별로 지정된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마스크 없이는 한 발짝도 나설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어디를 가든 체온 측정은 기본이고,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통과해야 했고,
스마트폰으로 백신 2차 접종 완료 QR코드를 찍고 온라인 신분증 같은 증명서를 보여줘야만 통과할 수 있는, 마치 의례를 치르는 듯한 과정을 겪는 것이 일상이었다.
감염자에 대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철저한 격리와 통제... 그리고 수많은 사회적 규제...
해외 입국자들은 무조건 2주간 격리되었고, 모든 병원은 환자 면회가 금지되었다.
'거리두기' 조치로 친목회, 동호회, 동창회 등 모든 모임이 금지된 채,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고립되어야 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가족 모임조차 할 수 없었고, 50인 이상 모임 금지는 회갑, 칠순은 물론
결혼식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예식장은 예식장대로, 회식 없는 식당과 술집, 카페들도 모두 같이 깊은 고통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었던 그때,
그중 단연코 가장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아프고 슬펐던 일은 바로 장례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별도 가슴 아픈데, 망인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인 경우에는
직계 가족조차도, 심지어 내 부모, 내 배우자, 내 자식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볼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서도, 화장장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도 만지지도 끌어안아보지도 못한 채,
통탄과 극심한 슬픔의 눈물로 떠나보내야 했던 잔인하고 잔혹했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불과 5년 전, 우리 모두가 직접이든 간접이든 처절하게 겪었던 일이었다.
다시 찾은 일상, 그리고 망각의 그림자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터널 같았던 코로나의 시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던가.
2023년 5월,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3년여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괴로운 시간도 끝을 보였다.
우리가 일상의 자유를 되찾은 지는 이제 겨우 갓 2년을 넘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나마 나 개인적으로는 다행이고 새삼 감사를 해야 할 일이었다.
2022년 7월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몇 달 전인 3월에 '거리두기 제한 조치'가 대폭 완화되어
다행히도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아버지의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슬픔 속에서도 너무 감사한 일이었음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러나 사람은... 참 이기적인가 보다.
나는...
내가...
그렇게 다행스럽게 상을 잘 치르고서는 몇 년도 채 못가서부터는 코로나 19의 힘든 시절이 있었음을
완전히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요즘 와서 왜 갑자기... 코로나로 힘들었던 때의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왜 다시, 그리고 갑자기...
토요일 아침에 약국 앞에 줄 서서 기다리다가 약국 열자마자 마스크 겨우 두 장 받아오던...
5년 전 그때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건, 우연히 뉴스를 보던 엊그제,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소식 때문이었으리라...
참 말들이 많다.
어쩜 이리 말이 많은 싶다.
정ㅇ경 전 질병관리청장. 이제 다시 쓰이는 이름, 새로운 책임감... 보건복지부 장관.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매일 아침 차분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를 안심시켰던 그녀다.
K-방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그 이름이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은
어쩌면 당연한 듯했고 기대감까지 안겨주는가 싶었다.
막연한 바람이었을까.
배우자의 코로나19 관련 주식 투자 논란...
'이해충돌'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뉴스 화면을 가득 채웠고, 인사청문회는 격렬했다.
자료 제출이 부족하다느니, 증인 채택이 불공정하다느니 하는
여야의 공방은 그저 싸움인듯했고 보기에도 답답할 따름이었다.
대통령은 야당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정 운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가, 아니면 소통의 부재인가?
그래서 또 계속해서 말들이 많아질지도 모르겠고,
국민들도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한 사람의 임명 소식이 이토록 시끄러운 것은 결국, 그곳이... 그 자리가...
우리 삶과 아주 깊숙이 연결된 '보건복지부'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모든 잡음들을 넘어서...
5년 전 그 혹독했던 시절을 잊지 않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잘 흘러가기를...
코로나의 시대...
어제의 일 같은데 오늘은 잊고 있었던, 차곡차곡 쌓여진 그때의 일들이 회상이 되어와
잠시 이렇게 또 끄적끄적...
추억이면 추억일 테고...
언제 또다시 팬데믹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