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결혼' '상품보증' '상품등급' 재산, 학력, 직장, 연봉을 갖춘
"창원 씨~
저 '차ㅇ경'인데요.. 오늘 몇 시에 퇴근하세요? 퇴근하고 스파게티 어때요?"
"스파게티요?"
"아... 뭐예요.... 오늘 저녁에 식사하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선릉역 4번 출구에 보면 농협 있어요. 그 위층에 스파게티집 괜찮은데...
어때요? 거기서 볼래요?"
2002년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5월 이맘때 알게 된 여자 '차ㅇ경'
내가 이 여자와 잘 지냈었다면 지금쯤 내 인생이 아주 많이 행복해져 있으려나?
'차ㅇ경' 그녀는.. 내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드는지 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참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데는 뭐 있는 여자였다.
내가 진짜 그렇게 좋은지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것처럼 단념을 모르던 여자, '차ㅇ경'.
그런데 이상한 건...
나도 내심 왠지 그 여자에게 내 마음이 좀 끌렸었다는 거다.
결국,
약속했던 스파게티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고는 또 보기로 하고 헤어지곤 했다.
헤어질 때는 나도 마음이 좀 그랬었다.
사실, 그 이후로 나에게 사정이 생겨서 '차ㅇ경' 그 여자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때, 그 여자를 계속 만났으면 내가 장가를 좀 빨리 갔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생각해도
후회와 아쉬운 맘이 없지는 않다.
2002년 봄 어느 날,
내 나이 서른셋인가 넷인가 하던 그 해,
나에게 찾아왔던 그녀 '차ㅇ경'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 건지... 나의 신상이 털린 건지...
'에ㅋ러스'라는 회사의 '커플매니저'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법 상품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 노총각을 결혼시켜주려는 회사 '결혼 정보업체'
지금은 '가연'이라는 회사가 단연 독보적이지만 그 당시 결혼정보 업체는 '듀ㅇ'라는 업체가
제일 유명했고 그다음으로 '에ㅋ러스'였다.
그런 결혼정보업체의 영업리스트에 나의 정보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내가 34살 노총각이고 그런 결혼정보업체에는 영업대상 자원으로 낙점이 되어 있었다는 것.
내 휴대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에ㅋ러스의 커플매니저 '차ㅇ경'이란다.
애초에 노땡큐 손절했어야 하는데 내가 여지를 주었는지 어찌나 끈질기게 회원가입을 권유하던지....
얼굴이나 보고 얘기하자길래 회사 로비에서 한번 만났었다.
그때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된 건지...
오리려 나는 '차ㅇ경' 그 여자가 더 맘에 들었을까?
스파게티 식사 한 번에 회원가입을 했다가는 정신이 번쩍 들어 1회 맞선 전에 계약을 해지 환불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결국, 서른여덟이라는 아주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유명한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인생은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다.
그때 내가 만약 그때 '차ㅇ경'이라는 여자를 한번 더 만났다면...
지금?
모르지!
어떤 결혼 상대를 만나서...
'10년이었을지, 평생일지...'
하지만 참 다행이다.
'차ㅇ경'을 그 여자를 더 이상 안 보았니까...
지금의 '나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