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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그녀와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의 Waltz를 추다

by 마르쉘

그녀의 어깨와 뒷목 쪽을 감싸 안고...

그녀는 나의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굴곡진 부분을 두 팔로 끼어 안고....

서로 조금씩 몸을 밀착해서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본다.




내가 말했다.


"올라와 볼래?"


그녀는... "응" 하고는 나의 두 발등 위로 한 발... 그리고 나머지 발도 한발... 살며시 올라섰다..


"왼 발, 오른발, 천천히 한 발씩 움직여봐...

아빠가 한 발씩 떼면 너도 같이 춤추는 거야.... 알겠지?"


나의 어린 그녀는 키 135센티...


키 작고 나이 어린 큰 딸이 아빠의 양 발등에 올라타고 아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살랑살랑 좌우로 흔~~ 들~~ 흔~~ 들..

앞으로 한~~~ 발 ~~ 뒤로 한~~ 발..

다시 흔~~ 들 ~흔~~~ 들~~


쿵. 작. 작 "쿵. 작. 작" 쿵. 작. 작 "쿵. 작. 작...


♪♬♩따 ~~~~ 라~~ 라라~~~~~~ 라라라라라~~ 라 라~~~ 라~~ 라~ ♬♪♩~~~


아빠랑 왈츠를 추고 있다.



세월은 많이 지나갔고...

스무 살이 되어 대학생이 되어버린..

이제는 화장하는 기술(?)도 좀 늘어난 큰 딸에게..

"아빠랑 춤추던 거 기억나?" 하고 물어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아빠!!~~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다.


"지금 다시 출까? 또?" 하니...

"어우~~~ 어후~~ 나중에..." 하면서 질색하고 피한다.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 Waltz No. 2

딸이 어릴 때 같이 많이 추었던 것 같다.




어제는, 그렇게 같이 사뿐사뿐 왈츠를 추던 기억이 왜 갑자기 났을까?


결혼식장 안...

다 같이 원탁에 둘러앉았던 내 친구들에게 들킬뻔했다.

뭔가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온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나의 눈 아랫가에 수정 같은 물방울이 맺혀

사물을 잠시 흐렸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다.

내가 내 가족 아닌 타인의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감정이 동했었나 보다.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오후 3시..

'인덕'이라는 친구 놈(고향친구이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인 놈)...

그 녀석의 딸 결혼식이 신도림 근처에서 있었다.


보통 결혼식에를 가면 축하인사하고 대~충 결혼식을 기웃기웃 보고는 식권을 제출하러(?)

바로 피로연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는 결혼식 식장안 안쪽으로 쭈~~ 욱 들어가서 원탁 테이블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식을 지켜보았다.


사회자의 결혼식을 시작한다는 맨트...

수작질 잘하는 사기꾼 같은 신랑 놈(딸 가진 부모맘 알듯)이 입장을 마치고... 곧이어 신부 입장 순서...


아버지 손을 살포시 잡고 천천히 걸으며 다소곳이 입장하는 신부..


"어? 신기하다. 신부가 아빠를 닮았는데... 왜 이쁘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 중 친구 녀석이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우리에게 귀띔을 했다.


"저 스끼.. 왜 울라그래..."


아... 신부아빠가 벌써부터 울컥하는 걸 애써 힘들게 참으며 걷고 있다.


나도 지금까지 여러 예식을 봤고, 아버지와 함께 신부 입장하는 것도 여러 번 봤는데...


아.. 오늘 나 왜 이러지? 전염이 되는 건가? 신부아빠 표정에 왜.. 나까지 울컥..~~


에이고~ 나도 나중에 나의 딸 결혼할 때 저러려나?


결혼식이 본격 시작되고 신부아버지의 덕담 순서..

어후~ 저 자식 왜 자꾸... 울먹 거린다.(준비한 글을 읽는 중에 자꾸 티가 났다)


그렇게 신부아빠에겐 너무 힘든(?) 결혼식을 마치고 양가 부모 기념 촬영하는 걸 보며

우리 친구 일행은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호텔의 맛난 뷔페에 배가 터져갈 때쯤 신부아빠인 '인덕이'가 찾아왔다.

우리는.. 놀리듯 "야 인마~ 신부아빠가 너무 우는 거 아녀?" 했다.

신부 아빠가 능청맞게 발뼘할 줄 알았는데..


"그러게.. 그게 잘 안되네.." 한다.


그 녀석의 진지한 대답에 우리는 그냥..."고생했네" 하고 다시 축하를 해주고 그냥 말았다.


결혼식 일정이 모두 끝나고 예식장에 모였던 친구들도 모두 다 돌아가고..

나도 또 남양주 집을 향해 신도림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다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다음에 나는..

큰딸 결혼 할 때 큰 딸과 아빠가 왈츠를 추며 입장을 할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 좋다.


근데..

실상 그때가 되면 딸은 도둑놈 같은 사위 놈팽이랑 결혼식 입장하겠다고 하는 건 아닐지...

하지만 예전에 분명 딸이 나에게 말했다.


"나중에 커서도 아빠랑 쇼스타코비치 왈츠를 또 추겠다"라고...


말만 이라도 기특하고 고맙지만 나는 눈을 감고 이미지연상으로라도 왈츠를 연습해야겠다..




큰딸 방 문틀에는 아직까지 키 130.. 135... 140... 키를 재주고 연필로 표시한 흔적이 남아있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꼬맹이였던 딸과 함께 아빠의 발등 위에서 추었던 왈츠를 회상하고....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듣는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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