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자'로 또는 '여자'로 한번 만 살다가 간다
태어나 한번 사는 인생,
남자로 한번 여자로 한번 태어나서 한 번씩 살아보면 어떨까?
'남자로서 한 번, 여자로서 한 번!'
순서는 상관없다.
누구든, 이 우주에서... 지구에서... 대한민국에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은 없어도 그래도 선택을 받아서 한 생명체로 태어났다.
그렇게,
누구는 남자의 생명체로, 누구는 여자의 생명체로 태어나서
70년 80년 90년 100년을 살다가 조용히 소멸한다.
단 한 번 존재하다 사라질 인생이지만, 만약 인생을 두 번 사는...
좋을 수도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한 번은 남자로서 살고, 다른 한 번은 여자로서 태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어떨까?
그렇게 되면
남자는...
여자는...
서로 반대쪽 '일생'을 살아봐서 잘 알기 때문에 넓은 시각을 가지고 서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인생은....
남자로서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어진 숙명 같은 것이다.
강해야 한다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압박감...
남자라서... 가장이라서...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 무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서투름...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게 익숙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좋아한다’는 말 대신 무심스럽게 챙겨주는 것이 나의 '사랑 방식'이었다.
남자로 살아온 나는 그저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되었고, 내가 정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그만이었다.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까...
거울을 볼 때마다 나 같지 않은 얼굴과 마주하고 맘에 안 든다고 할 것이고
내 목소리는 지금보다 훨씬 하이톤의 부드러운 음색을 낼 것이다.
발가락이 자꾸 아파오고 오른발 뒤꿈치가 살짝 벗겨져서 대일밴드를 붙인 채 하이힐을 신고
힘들게 걷고 있을 것이다.
립스틱 하나로 기분을 바꾸는 사소한 즐거움을 알았을 것이다.
남자로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전혀 다른 색채로 다가왔을 것이고,
다른 사람과 생긴 감정의 갈등에는 더 민감하게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도,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도 모두 달라질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에 갇혀서 사람들에게서는 '예쁘다'라는 맘에도 없이 내뱉는 말을 들어도
기분 좋아했을 것이다.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단순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것을 넘어,
‘이 남자가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따져야 할 것이고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인지,
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나의 불안한 마음에 기댈 언덕이 되어줄 수 있는지.
남자를 선택하는 일은 인생 전체를 거는 베팅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육체적인 사랑이 다가오는 순간에는 또...
남자일 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했던 일이 '나의 몸을 내어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사람에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을까' 하는 두 사람 관계가 계속 잘 이어질 수 있을지의
확신에 대한 걱정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몸의 교류가 아니라, 내 존재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 같은
두려움을 경험해야 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나면 내 몸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이렇듯,
일평생 여자로 태어나서 살다가 가는 삶도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남자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다른 세상에서 수많은 시련과 고민을 경험하고 살아왔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 주변의 내가 아는 여자들의 삶, 여자의 일생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서... 대한민국에서....
의지와는 상관은 없이 여자의 생명체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자의 역할로만 살아온
내 주변의 모든 여자들에게~
"여자로서의 삶이 힘들고 고단한 순간들도 많았겠지만, 분명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아름다움도 있었을 겁니다.
여자로 살아온 모든 순간들, 그 안에서 겪었던 모든 고생과 수고에 대해 위로와 격려와
감사의 뜻을 보냅니다."
세상에 반은 남자.. 세상의 반은 여자...
그중에 나는 남자로 태어나서 삶을 사는 것...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서 삶을 사는 것...
서로 그런 운명인 것...
어느 쪽이든 일생에 한 번만 태어났다가 소멸되면,
혹시, 남자로 혹은 여자로 생을 안 살아봐서
억울하다거나, 궁금하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나이가 들었어도...
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