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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늘... 가고 싶다.(2)

'보헤미안 랩소디'가 떠오르는 경포의 어느 카페에서 글 쓰고 싶어도 진다

by 마르쉘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가고 싶어진다.


'여행'


나이를 불문하는 설레는 단어.


여행의 '참 즐거움'은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의 시간 안에 들어있다고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건너뛰고 생략한 채... 아침에 시계 한번 쓱~ 보고 나서는

저녁에 돌아올지, 밤늦게 돌아올지, 아니면 새벽에 돌아올지 모를...

무작정 차를 몰고 '일단 출발~ 떠나볼까~'를 실행에 옮겨 보는 그런 여행도 한 번은 해볼 만하다.


요즘은 전국의 도로망이 잘 되어있어서 부산... 강릉... 경주... 전주... 전국 어디든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중에 한 곳을 추천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강릉'이다.


강릉은 참으로 오묘한... 끌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떠나보자!" 내지는 "다녀오자!" 하는 굳건한(?) 마음만 있으면 짧지만 알찬 강릉 당일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바다...

가슴 확 트이는 시원하고 끝없는 바다..

하얀 파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닷가만이 가지고 있는...

낭만과 음악을 품은...

바다다!


옛날 경포 해변가 감성 카페들을 추억하게 하는 강문해변이나 안목해변 카페들.

이제는 핫한 맛집들이 늘어난 명소가 되어 365 일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 강릉 중앙시장.

비엔나커피와 아포카토가 유명한 '박이추커피공장'과 흑임자라테의 원조인 '카페 툇마루'.

안목해변빵, 초당커피빵, 커피콩빵.

단오제 축제와 옹심이, 장칼국수, 사천물회 등 강릉만의 내음을 푹~담은 먹거리와 마실거리.


그리고...

사천 쪽이나 정동 쪽 소담한 마을, 오죽헌, 선교장, 에디슨 참소리박물관, 허난설언 생가 둘러보기는

강릉의 여행에서는 필수 경험 코스다.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 글씨, '솔향강릉'에서는 글자 자체에서 강릉의 바닷바람과

솔밭의 내음을 풍겨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동지역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 아니 강릉 토박이 언어인 '강릉사투리'로 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왜인지 모르게 더 순박하게 느껴지고 정감도 간다.


그래서 그런지, '강릉'이 참 좋다.




강릉으로 가게 될 때에는 거기에 가는 길도... 그냥 좋다.


아주 옛날,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10분간 쉬어간다고 들렀었던 '소사 휴게소(현재 횡성휴게소)'에서

10분 안에 얼른 먹어야 했던 '털보네 우동', 그 맛과 면발의 식감 기억도 아련하고...

새말, 장평, 봉평, 진부, 횡계, 용평... 이런 이정표나 팻말들을 보며 지나쳐가는 강릉 가는 길은

그냥 막연하게 좋았다.


승용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횡계 ic(현재의 대관령 ic)에서 빠져나와서 대관령 양떼목장을 구경하고는

다시 대관령 옛길로 핸들을 돌려 굽이굽이 대관령길을 휘휘 돌아내려 가는 때도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계통에 이상이 없고 여유만 있다면 대관령 박물관과 어흘리 마을회관을 지나 강릉을 가는

대관령 옛길도 사계절 모두 운치도 있고 길 타볼 만하다.


싱글일 때에는 혼자서도 그렇게도 잘 가던 곳. '강릉'


이제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너무 여유가 없다.

요즘은 여유로운 휴일에도 스타벅스나 투썸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시간만 있어봤지...

단숨에 강릉으로 바다로 떠나는 여행을 떠올려 보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래야겠다.


재미없는 매일 흔한 일상..

바람이라도 쏘일 겸 혼자서라도 훌쩍 따나 봐야겠다.

그런 날에는 하늘을 담고 있는 경포호수도 가을색으로 깊이 물이 들고 있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심의 '스타북스'나 '두썸플레이스' 말고

경포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연상되는 '박이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글을 써보고 싶다.


더위가 식어가고 있는 8월 둘째 주 금요일 오후 5시 24분.


- 스타북스 '몽촌토성점'에서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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