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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

원시의 삶 속 자연다큐멘터리, 리얼 휴먼스토리에서 느끼는 씁쓸한 여운

by 마르쉘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은 후에 아무 걱정없이 자유롭게 유유자적하게 자연 속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처음부터 자연이 좋아서 산속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으리라


다...저마다의 사연이 있어서,

어떤 이는 지난날 잘못을 속죄하며 살겠다고...어떤 이는 후회와 체념으로...

어떤 이는 쇠약해진 건강상의 이유로..또 어떤 이는 아픔과 고난의 과거를 치유하고자...

후반의 인생을 산속에서 '자연인의 삶'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TV 다연자큐 프로그램...

리얼 휴먼스토리 프로그램...


세상과는 단절하듯 산속에서 은둔, 거처하며 그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는

'자연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인생풍파와 번뇌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자연 속에 살면서(주로 산속) 자연에서 얻은 버섯, 나물, 약초 등 식물 식재료와 자연인의 환경 안에서

최소한으로 키울 수 있는 토끼나, 닭 몇 마리와 계란 등의 동물성 식재료들로 자연인이 직접 요리(?) 해 주는

조촐한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며 자연인과 하룻밤을 지내보는..

MBN의 이제는 좀 오래되어가는 교양 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초창기..

첫 방송을 위해 촬영 녹화를 할 때... 자연인이 준비해 주는 식사가 너무 엽기적이고 충격적이었단다.

4차원적인 그 음식의 맛과 냄새는 진행자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혼미해질 정도로 적응하기 힘든 엽기적 음식이었고...

개그맨이자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이승윤' 씨는 1회 차와 2회 차 분량의 녹화를 마치고 난 후

그 길로 곧장 바로 담당 PD에게 달려가서는 도저히 더는 촬영 못하겠다고...하차를 표명했다고 한다.


자연인이 정성스레 대접(?)해주는 식사메뉴가...

'생선 대가리(상태가 좋지도 않은)를 넣은 카레'

'죽은 지 며칠 지난 고라니의 생간'....


그럴 만도 하다.


지난 영상을 보니... 그야말로 비유가 상하고 충분히 엽기적이더라...(일반적인 시각)

하지만 그 녹회분이 방송되고 나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오히려 대박이 났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이승윤'과 그의 프로그램은 장수를 하고 있다.


한 때는 성공도 하고 인생 잘 나갔지만 사업을 크게 실패하고 무일푼 처지가 되어 자연인 삶을 선택한 사연..

믿었던 사람에 대한 큰 상처 (경제적 상처를 포함)로 인해 사람이 싫어져 자연인으로 살기로 한 사연..

불화로 온 가족의 연락이 두절된 채로 자연인 삶을 살게 된 사연... 등등

갖가지의 사연이나 상황으로 저마다 무거운 인생의 시련을 등에 지고 산속으로 들어와서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나름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50대 나이또래 같은 중장년 남성의 시청률과 지지도가 특히 높다고 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도시어부'인가?? 그 프로 다음으로 높단다)


하지만...요즘 이 프로그램은 마치 '시즌2'를 하는 것처럼... 달라진 듯 보인다.

예전 말고 요즘에 방송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있자니....

그 프로그램이 갈수록 방향과 취지와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프로그램 종영을 하지...

'자연인' 맞아?"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자연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요즘 출연하는 '자연인'들은 '자연인'이 절대 아닌 듯해서다.

자연인의 헤어는 잘 스타일링이 된 듯해 보이고 집은 조립식 컨테이너를 개조한 듯 보이긴 해도

보일러도 아주 잘 갖춰져 있고...어디서 끌어 오는 건지 식수도 개울물이나 지하수가 아닌

수돗물을 사용한다.

전기도 불편 없이 사용하고 전등도 있고 전열기구를 사용하고 가스렌지도 사용한다.

어떤 자연인은 산속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부족하 전기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명목으로

설치 비용이 꽤 상당한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자연인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아내가 있는 자연인..

주말에는 집으로 가서 생활하고 주중에 다시 산으로 오는 자연인..

고기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굽는 자연인..

최신폰 같아 보이는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통화하는 자연인...


칼, 도마, 그릇 등 모든 조리 도구나 그릇도 모두 최근에 장만해 놓은 듯하고

냉장고도 있어서 시장을 보아 온 듯한 양파 시금치 등 채소도 모두 아주 신선하다.


연두색 그물 철망으로 된 담장 같은 구조물을 설치한 것도 보이고..

그 울안에는 작은 연못도 있고 연못 안에는 송어도 몇 마리 보인다.

어린 송어를 자연인이 양식해 잡아먹는다.


연못 안으로 나무막대 낚싯대를 드리우면

귀하고 비싸고 큼직한 '자라'가 잡혀 낚싯줄에 매달려 올라오기도 한다.


방안에는 TV를 천으로 덮어놓았는데 살짝 다 보이고, 지붕 위에는 위성안테나가 있다.

싱크대 옆 가스레인지가 살짝 보이는데도 일부러 밖으로 나와서 휴대용 버너로 조리한다.


자연인이 사는 흙집은 잘 보면 흙집이 아닌... 질 좋은 황토로 지은 집으로 보이고

그 집 근처에는 과연 누구의 소유일지 상당히 궁금해지는 비까 번쩍 으리으리한

별채 같은 콘크리트 건물이카메라맨의 실수로 화면에 스쳐지나간다.(유심히 보면 다 보인다)


또한,

산속이 맞기는 한 건지, 자연인의 집 앞까지 시멘트 콘크리트로 도로가 아주 잘 포장되어 있는 광경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한 가지.

예전에는 매회 방송분 끝자락 부분에 보면,

자연인과 작별 인사와 함께 '아웃도어 점퍼' 같은 옷을 선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요즘 방송 중에 보면, 자연인이 평소 생활시에도 입고 있는 점퍼의 브랜드는 유심히 잘 보면

'노수페이스' 나 '코오렁'이다.

(방송이라고.. 브랜드를 반창고로 가리고 있다.)


그리고,

진행자 '이승윤'과 약초를 캐러 산에 올라 장뇌삼과 더덕 등을 캐는 장면에서는

항상 이런 문구를 TV화면에 띄운다.


'산 소유주의 허락(동의)하에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어쩌면...

"산 소유주가.... 바로... 촬영 중인 그 '자연인'... 당사자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의도가 '나는 자연인이다' 이 프로그램이 변질된 것 같다는 '작심비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예전 방송 말고 최근에 방영된 마치 시즌 2 같은 방송을 보면서 프로그램이 본래 추구하려던 본질에서

벗어나 보인다고...마치 이 프로그램을 비평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겠다.


'나는 자연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그저 이번 회차에는 또 어떤 자연인이 나오는지...

그들이 산속에서 어찌 살고 있고 있는지..어떤 생각을 하는지...

프로그램이 주는 그런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보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교양 예능프로그램'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예능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교훈, 정보를 알려주는 명백한 '교양프로그램'이다.


'정보와 교훈'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정보도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아니, 주고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교훈을 얻어갈 수 있다"가 맞겠다.


재미 외에도.. 다른 각도와 시선으로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면 '나는 자연인이다'는 우리에게

항상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고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예능적인 재미 요소에 가려

잘 드러나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도 또한 잘 느끼지 못했는지 모른다.


이 프로그램 초창기에 출연한 자연인들의 사례를 보면,

산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주 부유했거나 나름 형편이 좋았었는데 생활환경이나 사정이 안 좋아졌거나,

속된 말로 '망해서' 산속으로 들어온.. 그야말로 '자연인'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프로그램 초창기에 출연했던 '자연인" 말고 '시즌 2' 같은...'자연인' 같지 않은 출연자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가 다 같이 공감하고 새삼 느끼는 것이 더더욱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이 글을 시작한 것 같다.

특히..'자연인' 같지 않은...어쩐지 부유해 보이는 '자연인'들을 보면서 말이다.




도시가 싫다고... 자연이 좋다고.... 무작정 산에 들어가서 살 수 있을까?

애초, 이 프로그램 초창기를 보면 산속 '자연인'의 삶은 '안빈낙도'와 '평안함'은 없어 보였고

그냥 '자연인의 고난한 삶'과 '고생'만 보였다.


그런 걸 보면...

초창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연인들은

'형편상, 삶의 환경상 어쩔 수 없어서 '

산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고...


요즘 출연한 자연인들은

'그게 편해서... 그러고 싶어서... 산이 좋잖아... 재밌잖아...'

뭐 이런 생각으로 산속으로 간 것 같다고 느껴진다.




'자연인'도 돈과 능력이 있어야 산중 생활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무심히 이 방송을 보고 있었지만

잠깐 딱딱한 생각을 한 번 해보자면 너무 건조하고 삭막하다.


'자연인'의 거주터는 산이나 땅의 주인에게 허가를 받던지, 본인의 소유여야 점유가 가능하다.


남의 토지나 산에 허락도 없이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 수는 없는 일.

자연인이 산에서 나물이나 약초를 구할 때 '산 소유자의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의 자막도 그래서인 것 같다.

자연인이 산에 집을 짓거나 집터를 사거나 이미 있는 집을 보수한 다고 해도... 그거... 다 돈이다.

거기에다가 산속에서 수년을 지낸다.


여기에 드는 돈?

절대 푼돈이 아니다.


요즘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연인'들은 산이 좋을 뿐, 속세와 연을 끊은 사람도 아니고,

집을 지을 만한 기술도 겸비하고 있으며 재력이 있다.


가끔...

자연인이 사는 산속에... 가족이나 지인이 놀러 오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아도

자연인은 고독하거나 외로운 사람도 아니다.


정리해 보면 결국,

자연인은 경제력, 자금력, 기술, 산중 생활을 할 때 필요한 지식, 인간관계 등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기반이 받쳐줌으로 해서 원할 때 언제라도 자발적 '자연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 현실적인 기반이 전부 갖춰져야 한다.


그런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인데 그저 산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친다면

그 삶은 말이 '자연인의 삶'이지 그냥 빈곤한 '원시인의 삶'인 것이다.






한 때,

자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되고 싶은 '자연인'은 원시적이지 않은,

삶의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안정적인 자연인'을 생각한 것이었다.

'자연인'도 충분한 노후준비가 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과거에는 내가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원시적 생활을 하던 '자연인'을 슬쩍 동정했었을까?

혹시 그랬다면 이제는, 요즘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안정되어 보이고 왠지 부유해 보이는...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거나 이미 준비가 완료된 노후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자연인'들을 '동경'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어떨까?

맨 첫 글 질문으로 다시 재차 자문해 본다.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은 후에 아무 걱정없이 자유롭게 유유자적하게 자연 속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나의 답은 'No'


설령 'Yes'라고 해도 산속으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훗날에 그럴 만한 여유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뉴스에는 요즘

연금개혁 얘기가 뜨겁고...
'민생 소비쿠폰'은 '세금폭탄'이란 말도 뜨겁다...


노후라......


당장 로또라도 한 장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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