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잔뜩 흐린 일요일 아침....
너무 우중충 흐리흐리해서...
비라도 오기 전에 집 근처 왕숙천 공원길을 따라 5km 걷고 왔다. (평소엔 잘 안 함)
꼭꼭 씹어 밥을 먹고.... 아침약 먹고는 세탁기에 빨래 주고 퐁퐁 냅다 풀어서
푸샤샤샥(수세미로 닦는 소리).. 덜그럭 챙그렁.. 설거지하고..(요샌 웬만 하면 접시 안 깨짐)
그다음?
'웨~~ 엥~~~~~~'
소리만 엄청 크게 나는 구닥다리 청소기로 거실이랑 주방 앞에만 달랑 밀었다!!
그렇게 폭풍 청소하고 난 다음, TV 동물농장 댕댕이 나오는 거 틀어 놓고...
커피를 내리고.. 그 커피 향에 서서히 만취(?)되어가며 노트북을 열고..
무엇을 할까 생각을 했었다.
사실, 아침 10시부터... 집에 아무도 없었다. 나 밖에는...
이렇게 오늘 심심하게 있어야 하나??
어제 우리 노친네 있는 광주집에는 갔다 왔는데....(노친네랑 카페도 가고 많은 시간을 보냄)
오늘.. 다시 또 갈까.. 하다가... 번뜩 생각나는 게 있어서 그 즉시, 노트북을 열고는..
'아저씨..... 가.. 어디 일~~ 나~~~~" 하고...
유튜브를 뒤져봤다.
"오~! 여기 있네!"
다행이다...
하루 온종일 봐도 다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섯 시간 짜리란다...
다섯 시간이면..... 오후 4시 안에는 다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아저씨'
아아아아~~! '원빈' 아저씨 말고..
그..... '이선균' 아저씨...
내가 나이가 더 많기도 하고...
이선균이 내 아저씨도 아니지만...
오늘...
지금 만큼은 '나의 아저씨"로 봐주겠다!!
"그래!! 오늘 보자!!"
이방 저 방으로 HDMI 케이블(노트북-TV연결하는) 찾으러 또 얼마간 헤매다가
결국 찾아서 연결하는데 성공!
주방에 굴러다니는 새우탕면 하나 확보하고 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고구마과자
오호~소라 과자도 있네...
그거도 따~악 준비하고...
커피 한잔 더 따르고...
편안~~ 하게 의자에 앉았다.
나의 아저씨.... 봐 봅시다...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인생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쇼생크의 탈출' 그 외에는 없었는데..
하도 인생 드라마라고... 그러길래....
안 보면 안 되는 거라고 그러길래 궁금했다.
(원래 드라마 잘 안봄)
.......... 나의 아저씨..... 보는 중....
... 5시간이 흐르는 중....
끝났다... 다 봤음..
......
....
남자가 나이가 들면 진짜로 여성호르몬이 나오나?
어 후~~ 이런 감정은 뭐지??
슬픈 건 아닌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먹먹하다.
먹먹하다는 게 정말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것 같다.
답답한 가슴... 뻥뚤린 가슴... 동시에 다 느끼고 슬픔인지 통쾌함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가슴속에 뭔가 묵직한.... 그걸... 먹먹함이라고 했나 보나.
이선균 대사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너무 가슴이 먹먹하다.
먹먹한 후유증이 생길만하다.
너무 공감되고 너무 현실적이다.
어떤면으로는 진짜 후련한데... 한편으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너무 후련해서 세상에 소리치고 싶은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내 입을 콱 틀어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30대에나 40대 때...
그때 그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지금과 같지 않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나의 아저씨 같은 그런 생각,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말이다.
아직도 여운이 남고... 이선균이 했던 말들은.. 우리 내 인생을 뒤돌아 보게 만들고 있는 것은
정말 분명하다.
이선균의 대사 하나하나는 모두..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필독해야 하는 지침서다!
그래서 인생 드라마라고 한 것 같고.. 나 또한 쇼생크의 탈출에 이어 두 번째 인생 역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선균이 했던 말들...
이건... 남자와 여자를 떠나 모두 가슴속에 담아두면 좋은... 그런... 명심보감 같은 말들이다.
나는 여기서 글을 맺지만... 극 중 명대사 몇 개는 남기고 싶다.
휴일에 좋은 명작을 본 것 같아서 나름 의미가 있는 하루였던 것 같다.
그때 그 음악..'아득히 먼 곳'이 계속 가슴속에 머문다.
또 맴돈다.
ps: 이선균의 대사 중
다들 평생을 뭘 가져 보겠다고 고생 고생을 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진정한 내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거 같다고...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욕 안 하는 줄 알아?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하는 거지.
뭐 어쩌라고.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너.. 나 왜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불쌍해서 그래.
내가 불쌍하니까
너처럼 불쌍한 나
끌어안고 우는 거야.
고마워...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