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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30알, 소주 한병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법

by 마르쉘

내과 진료 및 약을 타러 구리 교문사거리에 있는 ...미리 예약해둔.. H 대학병원에 갔다.


병원이 늘 그렇듯 짧지 않은 진료 대기시간 동안 한참을 스마트폰 뒤적거리며 대기석에 앉아 있는데

뒷자리 쪽에서 노인 두 분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대화라기보다는 노인 한분만 계~속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느낌상 두 분은 일행도 친구도 아니고 서로 모르는 그날 처음 본 사이인 듯 한데.......

지금 만난 모르는 사람과 이웃처럼 친구처럼 수다를 떨수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친화력(?)...

노인들도 그걸 발휘했나보다.


서로 고개를 가까이 붙이고 속삭이듯....귓속말 하듯 얘기를 나누고 있던것 같았다.

얘기를 하는 노인의 목소리가 원래 커서 그런지 본인은 조곤조곤 얘기하고 있었지는 모르지만

아마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본의 아니게 하는 얘기를 다 엿들었을것 같다.

뭐 그렇다는게 중요한건 아니고....하지만 노인의 얘기 내용은 심오하고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수면제 30알 정도랑 소주 한병만 있으면 끝낼 수 있다잖아요"


무슨 소린가? 누가 자살했다는건가?

아니면 또 어떤 노인이 고독사로 죽었다는 뉴스 얘긴가..싶어서 귀가 더 쫑긋해지고

온 청각 신경이 뒷자리 노인들의 대화에 집중되었다.


잘 들어보니...그 내용이....

그 노인 주변에는 오래 살아서 자식들에게 짐이되는 노인들이 많다는 ...

그럴 바에는 수면제 먹고 죽는게 낫기도 할거라는...... 그런......참.......

"......" 이런 말 줄임표로 슬프고 안타깝고 씁슬함을 대신 할 수 밖에 없는 얘기들을 하고 계신거였다.


그러면서...

당신은(얘기하시는 그분) 짐이 되거나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을 비장의 카드를 들고 있다는듯한

뜻으로 얘기를 하시는 듯 했다.


그 카드란게...

'수면제와 소주' 란 뜻으로 들렸다.


당신들은 요양원은 절대로 가기 싫다고...

늙고 병들고 쪼그라들어 까탈부리고 신경질이나 내는 고약하고 못된 치매 노인이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노릇이냐고...

그럴바에야 자식들에게 괜히 짐되지 말고 늙고 병들면 차라리 일찍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는 얘기였다.


또한 한편으로는...현대 의술이 쉽게 생명을 놓아주지 않고 자본이 생명을 담보로 장사를 하는 시대이니 만큼

부모세대의 늘어난 수명만큼 자식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으니까 .....

하고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리라!




누구나 노년이 되고 죽음이 서~서히 가까워지면 두렵고 불안하게 되는건 인지상정. ..

그 만큼 더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의지로 몸에 좋다는것과 용하다는 병원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잘 살다가도 결국에는 죽음으로 가는 정거장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또는 일반병원의 노인들 많은 병동에서 생을 마감하는게 마치 순서처럼 일반화된 세상이니 ..

저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노인들이 저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건데..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하는데 말이다.


이제는 청장년이나 중년보다 노년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백세시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에게는 웰빙보다는 웰다잉이 더 관심사다.


위에 두분들 같은 우리의 부모들을 생각하면 이미 돌아가셔서 그리워도...

지금 너무 늙으셨어도... 자식으로서 가슴이 먹먹해질것이다.





나는..우리는..

어떻게 잘 나이들어야 하나 ..

정말이지 이제부터는 우리도 나이를 잘~~~~들어야겠다.




그리고 물론 신체도 정신도 건강히...누구 말대로 100세까지를 목표로 건강하게 잘 살다가~

자식들이 나 때문에 맘고생 몸고생하기 시작할때..

그때, 자다가 꿈을 꾸듯한 느낌으로 이 세상 소풍을 끝내면...

그러면 것 행복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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