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는 억제한다.
지하생활자에게도 많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할 것들이다. 이루지 못할 욕망은 그 자체로 슬픔으로 남는다.
그 시절, 나는 새 신발을 사고 싶었다. 색이 바래고 때가 낀 나의 신발은 이미 커진 발을 힘겹게 감싸고 있었다. 나의 집처럼 협소하고 낡은 내 신발과 또래 아이들의 신발과는 달랐다. 그들은 그 비싸다는 브랜드의 신발로 아무렇지 않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의 부모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일이었다. 나는 신발을 사고 싶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나의 가난한 부모와 나의 열악한 환경과 이런 환경 속에서도 욕망하는 한가롭고 철없는 자신이 보인다. 그럼에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고, 결국 예상했던 반응을 본다. 욕망을 발설하는 일은 나에게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그 시절, 나는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은 적절한 방법과 사귀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들에게 건넬 어떤 즐거운 이야기도 준비되지 않았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가난과 결핍과 고통은 공유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온통 젖어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머릿속에서는 한가로운 잡담이 나오지 않았다.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일, 친구들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서 있는 일, 친구와 자연스럽게 우정을 나누는 일은 이 환경이 끝나기 전에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바꿀 수 없는 환경 대신 생각을 바꾼다. 엎드린다. 책을 보는 척한다. 공부를 하는 척한다. 내가 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그의 상처를 조금 덜게 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도망치는 법을 익힌다.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은 나의 부모를 어둡게 만든다. 그것을 하기에는 돈이 부족하다.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라는 사실을 깨닫는 어느 아이는 이제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도망칠 뿐이다. 도망친 곳에서 그는 손톱을 물어뜯거나 망상에 빠지거나 수음을 하거나 게임을 한다. 지하생활자에게 결과는 중요하다. 어쨌든 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거절은 당하지 않았다. 어쨌든, 참기를 잘했다.
슬슬 '하고 싶다'가 소거된 언어로 세상을 산다. 그는 불합리한 상황에도 수긍한다.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도 그저 수긍한다. 그는 인내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묵하고 묵직하며 기다릴 줄 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무엇이든 감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차피 원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들은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 쑥대밭 위에 아무것도 뿌리지 않는다. 그 땅 아래에 지하생활자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