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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K Jun 16. 2023

이직을 준비하는 마음

나 이직하고 싶어!


습관처럼 이직을 말하던 회사 동료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이직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 자체를 이해 못 했다기보다는 습관처럼 이직을 말하면서도 이직을 하기 위한 준비나 이직 시도를 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는 공감을 해 주었지만, 속으로는 저렇게 한탄할 때에 토익 점수라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거나, 채용 공고는 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렇다. 나는 T이다) 내가 마음 다해서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 만나기만 하면 불평만 늘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힘이 저절로 빠지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이직을 하였다. 부럽다기보다는 다행이란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우리 회사를 싫어했는데 다행이란 생각. 이제 더 이상 그의 맹목적인 불평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그런데 이직을 준비하는 지금, 습관처럼 이직을 말하던 동료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동료처럼 지금 회사를 나오고 싶은 이유를 주변에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극도록 조심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 이직까지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를 느끼고 있다.

재직 중 이직 준비는 백조의 다리와 같다. 물속에 고고하게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백조지만 물속에서는 끊임없이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꼭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업무를 해 나가면서도 틈나는 대로 채용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퇴근 후에 자소서를 고치고, 면접 날짜에 맞추어 들키지 않게 휴가를 내는 나의 모습과 닮아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아무리 싫어도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꾸역꾸역 업무를 해가며 남는 시간을 쪼개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은 고난과 현타의 연속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단점 100가지를 곱씹으며 노트북 앞에서 자소서를 써내려 가다 보면, 지금 회사의 좋은 점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굳이 이직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노트북을 덮고 싶어 진다. 현재 직종과 연관된 유관 업무 채용 공고는 가뭄에 콩 나듯 하나씩 올라오고, 그마저도 원하는 조건들을 묘하게 비켜간다. 지원서를 준비하면서도 내가 쌓아온 업무 경험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쓸 거리를 박박 긁어 모아도 이야기를 어떻게 엮어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 보다도, 배수의 진이 없는 상황에서  이직의 간절함은 현실의 피곤함에 쉽게 무너지기 일쑤다. 그렇게 어렵게 준비한 전형에서 떨어지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더 힘이 빠지고, 나를 일하게 해 준 지금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며 이직을 단념하게 된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이직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정말 오랜만에 2차 전형 합격 통보를 받고 다음 주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섣부른 설레발은 늘 더 큰 실망으로 다가왔기에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준비할 것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는 지금, 걱정과 초조함 보다는 설렘이 가득하다. 대입 이후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기회에 대한 마음이 크다. 쉽지 않은 이직의 길, 그 속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음을 느끼지만,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많이 좌절하게 될 것 같지만, 걱정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준비하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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