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따뜻했던 긴 길
7월 11일 토요일 밤,
잔뜩 사다 놓은 오이를 처리할까 하다, 오이 피클, 오이 무침을 만들고, 오이 조금 잘라 술 한 모금 마셔야지, 하다 집게손가락이 칼에 베었다.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피가 뚝뚝뚝 떨어졌다. 휴지를 뭉쳐 감싸 안았는데도 금방 붉게 물들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가야겠다!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갔다. 열체크를 하고, 문 하나를 들어갔더니, 간호사가 손을 살펴보곤, 성형외과 선생님이 지금 안 계셔서 꿰맬 순 없고, 소독밖에 못해준다, 다른 병원을 가던가, 소독을 받던가 해야 하는데, 응급 비용이 꽤 비싸다. 여기까지 듣고 병원을 나와 집까지 걸어왔다. 걸어오는 동안 바람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손가락은 욱신거렸지만 웃음이 나왔다. 30분의 강제 산책. 내일 약국 가서 소독약이랑 밴드 사서 처치하면 되겠지- 종이테이프로 감고 겨우 지혈을 하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자꾸 깼다. 안 좋은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