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고향에서 그와 더 가까워진다.
이상한 나라의 나스시오바라 제 1화
두손 꼭 잡고 함께 걸었던 길,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줄도 미쳐 몰랐었던 나는 밤새 콧물과 눈물과 얼굴에서 나올 수 있는 물이라는 물을 다 쏟아내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것 같았다. 고양이는 너무나 좋아하지만, 내 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남자친구의 본가에서 보낸 첫날은 그렇게 알레르기로 힘겨워했던 것 같다.
남자친구 고향인 도치기현에 방문했던 작년 추석, 느즈막히 하네다에 도착해 부랴부랴 도쿄역으로 곧장 가 나스시오바라역으로 가는 신칸센에 몸을 담고 퇴근길 캔맥주 한잔 걸죽하게 하며 하하호호 웃는 직장인들 틈에 끼어 머지않아 시작될 두근대는 나의 인생 첫 나스 시오바라 이야기 테마에 들떠있었다.
일적으로 출장도, 여행도 , 모두 도쿄 밖을 떠나본적없는 나에게는 정말 여행을 하러가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멀리 나갔었던게...요코하마나, 사이타마정도였을까,
수로 세기가 숙쓰러울 정도이다.
달리는 신칸센 안에서는,과연 내가 오늘 저녁에 만날 남자친구의 가족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사귄 기간에 비해 다소 일찍 만나게될 그의 가족들에 관한 생각으로, 그 시간을 잘 풀어나가야만해! 라는 생각이 치우쳐 있던 자아와 싸우기 바빴다.
"나를 어떻게 볼까?"
나스시오바라 역앞에는 남자친구의 첫째 여동생분인 히토미상이 차를 가지고 역까지 마중을 나와계셨고, 다같이 일단 집으로 향했다.
역에서도 다소 떨어져있던 집, 건물도, 차도 많이 없던 , 정말 "이나카" 였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앞은 잘 안보일정도로 어둠이 가득했던 도로위를 달리면서 조용조용 대화를 이어나간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과 나 사이에 공존하던, 나와는 어울리지않던 그 차가웠던 공기, 서툴렀던 내 행동이라던가 긴장 가득했던 말투에서 기본적으로는 해야하는 것들을 꼭 하고 넘어가야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해서 인사를 나눴는지도 모르겠다.(웃음)
일앞에서 늘 당당하던 나는 그날 너무나 숙쓰러움 많고 어설픈 행동의 한 여자아이였던 것 같아.
남자친구의 본가에 도착했을때즈음엔 늦은 저녁이었고, 짐을 두고 곧 어머님이 친구분들과 계신 나름 "한국식당" 이라고 일컫는 어느 작은 가게되었다. 간판에는 ビビンバ カルビ 라는 단어가 새겨져있지만 알고보면 정작 올바른 비빔밥과 갈비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웃음) 서울에서부터 남자친구에게 이 가게에대해 많이 들어본 나는 나름 마음 속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곳은 가라오케도 함께 운영하고있는 가게였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노래도 부르고 음식도 먹고, (음식은 정말 제대로 나온다) 즐겁게 즐기는 분위기이지만, 쾌쾌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처음에는 다소 낯선 감이있었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어머님이 계신곳으로 찾아가 뵈었던 그때 .
물론 첫 만남이기때문에 격식 갖춰진 곳에서 만나는것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만도 하겠지만은, 어머님이 친구분들과 계신 곳으로 픽업(?) 차 들린 시끌벅적한 가게에서의 첫 만남은 오히려 나에게도, 그리고 낯선 분위기를 조금은 무마시켜주는 가장 적합한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님의 친구분들께 둘러쌓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배고픔을 달래고자 먹게된 다소 늦었던 저녁식탁,
테이블 위엔 이미 맥주와 일본 소주가 물만난 물고기처럼 빛을 내고있었다.
자리에 앉아, 예상외의 많은 분들에게 소개를 하고, 소개를 받고, 그렇게 그곳에서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1인 1식탁처럼 나오는 오츠마미로 일단락 배를 채우고, 노미모노로는 우롱 하이로 목을 추기고
경직될뻔한 분위기도 흥겨운 분위기로 없어진것인지, 실은 더더욱 긴장되고있었던 것인지 그것은 지금 떠올려봐도 잘 가늠이 안간다.
나는 그날 그리도 열심히일수밖에없었는지, (웃음)
인자하신 어머님의 표정 뒤로, 너라는 아이,어떤아이인지 참 궁금해하셨다 라는 마음이 보일정도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던 그 눈빛, 조금은 어렵기도, 조금은 반갑기도 한 표정이었다.
("너, 누구니?") ..........................
밤새 고양이의 알러지를 달고 잠을 자지 못했던 나는, 계속해서 콧물을 훌쩍거리며 아침식탁 앞에 앉았다.
히토미상이 맛있는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어제밤은 꾀 늦게 택시를 타고 어머님과 함께 집으로돌아와, 셋이 코타츠에 발을 담구고 캔맥주를 마시며 새벽의 무거운 공기넘어 조용조용 나즈막한 목소리로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뒤 잠들었다.
사방의 고요함이 너무나도 적막하기까지해서, 잘 기억조차도 나지않았다.
아침에 눈부셨던 햇살에 모든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집안 온통에는 남자친구가 초등학교때 그렸던 큰 도화지의 그림, 상장 , 온갖 그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해주고있는 이야기거리의 물건들이 수없이놓여있었다. 그의 인생이 묻어난, 보물상자같은 집 이었다.
수십년전의 것들을 집안에 오래도록 보관하며 그들만의 역사와함께 살아가고있는 모습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소중한이 가득한 가정집.
어린시절, 내 인생의 기억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IMF때에 잃어버린 모든 가족앨범과 물건들을 잠시나마 떠올리며 , あ、こういう雰囲気いいなー*、라고.
사토미상이 차려주신 아침 밥은 너무나도 새롭고, 신기하여.
지금까지, 먹어본적없는 간단하면서도, 그들의 오랜 세월 먹어온 다정한 가정상차림이라는 분위기에 너무나 안정적으로 압도당하고 말았다. 특히나 테이블의 촌스럽기까지 하지 않은 패턴과 컬러감이 사케노시오야끼와
너무나 잘어울렸기애.
사진에는 없지만 곤약이 들어간이모니모노도 등장하여 젓가락질이 분주해지기도했다.
아침 밥을 먹고, 풍경좋다는 나스시오바라의 근처 간책을 위해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도중, 코와 왼쪽 앞발코에 짜장을 뭍히고 다닌다는 타마짱이 기다리고있음에 왠지모르게 두근반 세근반 거리는 마음.
사실 이녀석이 기다리고있음이 이유가 될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오동통한 값진 몸매에 이상향을 느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집 뿐만이 아니라, 그가 살고있던 동네는, 그, 혹은 그녀들의 인생을 그대로 보존하기 바빠 아름답기까지 한 소중한 모습을 지니고있었다. 남자친구의 어린시절 동창 친구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살고있다던 동네, 아침일찍 집을나서서 근처에 산책을 가보기로 했다. 전날은 어두컴컴했던 그 모든 풍경들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품고있는 온기가 가득한 동네였다는걸 까막득하게 몰랐기때문이다. 날씨도 좋았고, 기온도 딱 좋았다.
"이집에는 고교동창 XXXXXXX가 살아, 얼마전에 본적있어, 근데 꾀 됬지 아마."
"아 그리고 이 집에는 XXXXXX가 살고있어. 그는 정말 어린시절 친구야. 아마도 지금 살고있어"
숨막힐듯 고요한 아침 거리를 거닐며 아기자기하게 모여사는 동네의 이집 저집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마을 자체도 오랜 기간동안 살고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건너건너 동창 건너 친척집 등등의 관계얽힌
말로만 들어도 두통이 지끈하면서도 푸근한 연결고리의 동네라는것을 실감하게되었다.
어쩜 사람이 한명도 없는것인가. 내가 본 사람이라고는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 애완견을 끌고 산책을 하는 느긋한 동네 주민들 2~3명쯤 되는 사람들 뿐이었던 것 같다.
조용한 분위기에 동요될듯 하기도 하지만, 난 계속해서 "왜 조용한가!" 라는 궁금증과 신기함과 물과 기름처럼
분리 되어있는 내 감정들을 억지로라도 마음의 느긋한 여유를 찾으려는 노력에 시달려야했다.
전날밤 한국식당이 아닌 한국 식당겸 가라오케에서의 흥도 그렇거니와 밤새 알러지로 잠못자 지쳐있는 이유에서일까.
집에서 느긋하게 걸어나와 경치를 살피고 사람하나없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빠져버릴때즈음, 가장 가까운
콤비니를 발견하고, 먹거리를 사러 들어갔는데, 일반 커피숍 못지않은 안락한 분위기가 감지되어,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잔씩 들고 테이블에 잠시 앉아 오늘의 하루 일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던, 그냥 그렇게 흘러가던 그 순간이 좋았던 그때.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
그의 관계가 고민될땐?
그 사람 집에 직접 가보는거야.
어디선가 들어왔던 이야기, 누군가와의 관계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것은, 그가 살았던 집에 가보는 거랬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염두한 상태에서, 그의 집은 그의 모든것을 추억하고 있었다.
가정 내의 역사가 확실히 보존되어 소중히 아껴지고있는 느낌을 나또한 마음 가득 받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의 집에 다녀온뒤로는 확실히 전과는 다른 눈으로 나는 그를 바라보고 생각하게되었다. 한번더 생각하고 그에게 내 생각을 발언하고, 조금만이라도 더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됬다. 라면
다소 이상해 보일런지.?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고 읊조려도 둘이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그 모든 사사로운 감정들, 그런것들을 늘 문제없이 걸러낼 수만 있다면 이세상에 어려운일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그의 유년시절 추억이 소중히 깃든 그 공간에서, 그가 왜 밥을 먹을때 이야기하지 않는 성격인지, 왜 그렇게 말이 없는지, 그에게서 보이는 나와 다른 행동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내 편견들이, 결국에는 그사람의 일상이었구나, 내가 싫거나, 다른 이유가 아니었구나, 그 누가 말하지않아도 가족들 서로에게서 공존되는 공기의 흐름이 그의 과거를
내 앞에 펼쳐다 두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 싸우고 싸웠더랬다.
일본남자친구는 네번째였고, 여러 사이로 자연스럽게 멀어져갔고,
상처 받은 맘에 "일본 남자는 이래, 이래," 라고 떠들어보기도했으며, 더불어 나의 문제성도 제기하여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가는 나날도 보내왔었다. 그 누군가에게의, 그리고 나에게조차의 신뢰감도 제로.
그간의 관계보다는 이번의 관계는 우리 참 잘 맞고 미래를 전제로 사귀는 사이로써의 가볍지 않은 의미를 두는 연인 관계에서도 더이상 문제 없을 것만 같은 나의 어린아이같은 환상에서 비롯되는 싸움들. 나에게는 때로는 너무나 어려운 사람이었고, 우리가 지금 이 관계까지 오기까지도 수많은 다툼과 화해와 간혹 위험한 판단까지생각하기도 했었지만은.
이 감정들을 넘겨왔으니 지금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는것 아니었을까?
결국은 몇번째 남자친구인지는 절대적으로 관계없으며, 늘 처음처럼, 늘 영원할것처럼, 매순간매순간 열정적으로 그렇게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며 지내고 있다면 우리가 보지도않아두고서 걱정만 앞서는 미래따위는 영원히 없을 것만 같다.
나스 시오바라라는 곳에 들어온다음부터
아주 조금은 그의 인생을 더 알아가게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