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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남매워즈3: 누나의 복수 Revenge of Elder Sister

by 마루마루

누나는 동생을 처음부터 꽤 예뻐했다. 이것은 내가 오래 공들인 세뇌교육의 결과이기도 하다. 여러 상황을 '동생이 누나를 좋아한다'로 해석해서 들려 주었다.


'(팩트) 동생이 누나만 쳐다보네. (해석) 누나를 진짜 좋아하나봐.'

'(팩트) 동생은 누나만 쫓아다니네. (해석) 누나랑 놀고 싶은가봐.'


실제로 동생은 누나를 많이 쫓아다니고, 누나가 갖고 놀고 있는 장난감으로 놀고 싶어한다. 동생은 누나가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어기적거리며 누나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고, 누나가 막 꺼내온 장난감에 손을 대고 뺏으려 한다. 이런 장면을 경쟁이나 중재해야 하는 다툼의 장면이 아니라 함께 놀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해석해준 것이다.


하지만 동생의 역습 후, 누나는 조금 달라졌다. 동생에게 불쾌감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분명히 안아준다고 했는데 어딘가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생 얼굴이 새빨개져서 울고 있다. 일단 누나를 타일렀다.


'동생이 예뻐서 안아준거지? 그런데 누나가 힘이 세서 동생이 좀 아팠나봐. 살살 안아주자.'


어느 저녁, 아빠가 늦어 셋이서 거실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동생의 뺨을 팍 때린다. 앞뒤 맥락 없이 뺨을 맞은 동생은 몇 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엉엉 운다.


'첫째야, 너 지금 뭐 한거야?'

'내가 나쁜 짓 했어요.'


아니, 이 당돌하고 당당한 대답은 뭔가. 같은 질문을 다시 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자기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 네가 지금 동생을 그렇게 때린 건 나쁜 짓이야. 앞으로는 하지 마.'

'네.'


또. 이번에는 아빠와 셋이 거실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동생을 밀어낸다.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은 동생은 억울한지 엉엉 운다.


'첫째야, 지금 무슨 일이야?'

'동생이 넘어졌어요.'

'아니잖아. 다시 말해봐.'

'동생이 먼저 나를 때렸어요. 그래서 내가 밀었어요.'


옆에서 아빠가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다. 첫째는 나와 아빠의 눈치를 보더니 아빠 뒤로 가서 숨는다. 아빠가 첫째를 안아준다.


'동생을 때린 건 잘못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을 때리면 안 돼.'


누나는 키가 크다. 힘이 세고 몸도 잘 가눈다. 누나는 머리가 좋다. 말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자신을 위해 변명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거짓말도 할 수 있다. 그간 누나가 그 방법들을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것은 동생을 사랑해서일까,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어떤 이유든지, 누나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복수를 할 수 있다.


누나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엄마는 어디까지 모르는 척 하고, 어디부터 개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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