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_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면 안 될까?
진료실에서, 관련된 강의에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이번만 도와주시면, 절대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아이가 죽겠다고 하는데 어떡하죠?"
"범죄에 연루될까 봐 걱정돼요."
"온 가족이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게 불법이라도 현실은 안 그래요."
"이 정도는 갚아줄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아이의 앞길을 망칠까 봐 걱정돼요."
"(남들은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남편은 다르지 않을까요?"
진료실에 찾아오는 이유도, 답답한 마음에 강의를 듣는 이유도, 대부분 이 빚과 법적인 문제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도 대부분 돈 때문에 찾아온다. 사기, 횡령, 절도 등, 도박 자금을 대고자 한 것이다.
참고로 이와 유사한 질문으로,
"아이가 직장에서 일을 하려니 스마트폰이 필요한데, 만들어주면 안 될까요?"
"일을 해서 빚을 갚아나가는 게 치료라고 배웠습니다."
"이 일을 못 잡으면 아이 자존감이 영영 바닥이 될 것 같은데, 이번만 안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편에서 드려보고자 한다.
대체 왜 도박 빚을 갚아주면 안 되는가?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면, 변제가 도박을 부르기 때문이다.
도박 빚을 남이 대신 갚아주는 것은 뇌 입장에서는 내가 한 일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력하게 뇌에 각인된다.
대리 변제 시점에 아무리 부둥켜안고 울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각서 쓰고 지장 찍어도 소용이 없는 것은, 그런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도박과 대리 변제의 기억은 전혀 희미해지지 않는다.
Q1. 아이가 돈을 안 주면 죽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 죽겠다(=자살 암시)는 말은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입원의 사유가 됩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Q2. 아이가 돈을 안 주면 죽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 죽이겠다(=타살 암시)는 말도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입원의 사유가 됩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물론 본인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3.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 자기 일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는 일은 없습니다.
Q4. 선생님은 이런 일을 안 겪어봐서 몰라요. 이론일 뿐이라고요.
=> 네 맞아요. 저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은 사람들이 갬아넌(Gam-Anon)에서 여러분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험자들의 조언을 들어주세요. 대리 변제 절대 금지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닙니다.
Q5. 그들도 결국 그들 사정일 뿐이지요. 저희 애는 달라요.
=> 모든 사람이 다릅니다. 최종 판단은 당사자와 가족이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봐 주시기 바랍니다.
Q6. 그러니까 애를 나가 죽으라는 말입니까?
=> 빚을 갚아주지 말라는 말은 아무 도움도 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떤 도움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도움인지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빚을 갚아주는 것은 도박 당사자를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
대리 변제는 가족이 본인의 불안과 무력감을 피하고자 하는 일일 뿐이다.
도박 당사자의 회복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빚을 갚아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같이 버티고 견뎌내 주어야 한다.
할 수 있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같이 참아주어야 한다.
이것을 두고 나의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해주지 말아야 한다"라고 표현하였다. (※ 현실과는 다름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