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_(가족들께) 상담을 예약했는데 당일 아침에 안 가겠다고 해요.
어렵게 상담을 예약했는데, 막상 당일 아침에 '나 그냥 안 갈래'라고 한다면 가족의 마음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정성이 한순간에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허탈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왜 그럴까요?
당사자의 머릿속에서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을 뿐, 당사자의 마음속에서는 상담을 예약한 그 순간부터 상담 당일 아침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집니다.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변화된 삶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천사보다 아는 악마가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박이 나쁘다는 걸 알아도, 도박 없는 삶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렵습니다. 변화를 앞두고 주춤하며 저울질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의 뇌는 장기간의 도박의 결과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상담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너무나도 압박이 되는 나머지, 뇌는 일시적으로 전원을 꺼버리듯 상담을 거부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것을 가족에 대한 공격이나 배신이라고 받아들이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뇌가 중독에 빠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듯, 뇌가 중독에서 벗어나는데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박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바심을 내는 것은 도박에서 대박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번에 '예약'까지 한 것으로도 우리는 한 걸음 진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당사자: "... 아무래도 안 가도 될 것 같아. 내 의지로 한 번 멈춰볼게."
가족1: "네가 가겠다고 해서 어렵게 예약한 건데. 왜 사람을 끝까지 갖고 노는 거야? 이번에도 안 가면 진짜 끝이야, 끝!" (x)
가족2: "... 마음이 바뀔 수 있어. 알겠어. 오늘은 쉬고, 네 마음이 준비될 때 다시 얘기하자." (o)
당사자: "다음에 갈게. 오늘은 몸이 안 좋네."
가족1: "대체 언제까지 미룰 거야?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예약을 취소하는 내 마음은 생각 안 하니?" (x)
가족2: "그래 알겠어. 서두르지 않을게.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줘." (o)
세 가지를 기억해 주세요.
첫째, 결과가 아닌 시도에 집중해 주세요. 상담에 가 볼까,라는 말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했습니다. 상담에 가더라도 계속 멈춤과 거절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 보라도 나아가고자 하는 시도가 쌓일 때, 결국 그 에너지는 우리를 변화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두 보 진전하고 한 보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퇴가 아니라면 절대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둘째, 당사자의 거절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각자의 마음에서는 각자의 전투가 벌어지는 중입니다. 가족의 노력을 무시하려고 치료나 상담을 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원칙을 계속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에 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상담에 어떻게든 가게 하려고 도박의 책임을 대신 져 주는 것은 가족의 통제 욕구일 뿐이며 그렇게 받는 상담은 어떤 효과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