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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Dec 14. 2021

정신과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입니다

그럼 그럼, 엄마가 안아줘야지

  아기는 운다. 우는 것으로 소통하는 나이.

  (아마도) 아기는 안아달라고 운다.

  아기는 왜 안아달라고 울까?

  (아마도) 엄마 품이 좋기 때문이다.

  
   안겨본 적이 있다면, 푹신한 침대에  싸이듯 누워본 적이 있다면 안기는 경험이 얼마나 따뜻한지  것이다. '여기서는 괜찮아. 여기서는 울어도 괜찮고, 아무 생각 없이 너를 맡겨도 괜찮아. 여기서는 안전해.' 안아준다는 것은  사람을   그릇으로 감싸는  (containing)이고  무게를 견뎌준다는 의미(holding)이다. holding environment, containment 정신분석에서 적절한 성장 환경을 묘사하기 위해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안아주는 것은 안아주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기는 자기 감정을 스스로 감당할  없다. 아직  감정을 다 담을 만큼 마음 그릇이 성장하  때문이다. 불쾌한 경험을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고, 불쾌한 경험에서 오는 감정을 스스로 달랠 수도 없다. 그럴  엄마의 품이  필요하다. 불쾌한 감정을 달래주는 아주 빠른 치료제. 너는 안전하다는 강력한 메시지.

  때로는 딱히 불쾌하지 않더라도  마음 편해지기 위해서, 따뜻한 느낌이 그리울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엄마의 품이 필요하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치료제. 너는 혼자가 아니고  위한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


  하지만 때로는 ' 이거 정말 너무한  아니냐' 싶을 정도로 안아 달라고  때가 있다. 아기가 발달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을 느끼거나 두려울 수도 있고, 이가 나거나 몸이 자라면서 여기저기가 아플  있다. 아기는 ‘엄마, 제가 곧 엄청난 성장을 할 거라서 좀 불안하네요’ 라던지 ‘어머니, 제가 크고 있어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데 좀 만져주시겠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기에 일단 울고 본다.

  마루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너 나중에 내가 병원비 청구할 거야’라고 투덜대면서도 양쪽 손목에 손목 보호대를 차고 아기띠와 포대기를 동원해서 갖가지 방법으로 안아주었. 그러면  모습을 보는 친정엄마는 '애를 그렇게 안아주지 마라'라고 한다. 시터 이모님이 마루 버릇을 잘못 들여놨다며 이모님께 아기 안아주지 말라고 전해달라고도 하신다. 친정엄마는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기 싫다. 아무리 그게 손녀라 해도   아픈   싫은 모양이. 실제로 나는 손목이 약해서  번이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고 피부도 변색되어 보기가 흉해졌다. 그런 손목을 보는 부모 마음이 얼마나 속상하고 안타까울지 충분히 이해된다. 남편도 비슷하다. 언제까지 안아 하냐고 묻는다. 너무 힘들다고. 안아달라고  때마다 안아주면 버릇 나빠지는  아니냐고. (그러면서도 다들 아기가 울면 기꺼이 안아주고 싶어 한다!)

  태어난  1년도 되지 않은 아기가 버릇 나빠질  뭐가 있겠는가. 아기는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이다. 아기는 안아달라고 하고 나는 안아줄  있고 기꺼이 안아주고 싶기에 안아주는 것이다. 그럼 그럼, 당연히 엄마가 안아줘야지. 엄마는 허리랑 팔이 아프네,  때문에 너무 힘드네 투덜대면서도 당연히 안아준다. 그냥 안아주면 된다. (단,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엄마의 부담은 덜어줄 것!!)


  몸으로 안아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기껏해야 6-7세까지 안아주면  안아줄 수도 없고 안기고 싶어 하지도 않는 나이가 온다. 차라리 안아서   있는 나이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물리적으로 안아주지만, 나중에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있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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