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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28.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17. 가족이 아픈 이들에게: 내가 살아야 남도 살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안전에 관한 방송을 들어보신  있으신가요? 구명조끼를 입어야   먼저 어른이 안전하게 입은 다음에 아이의 구명조끼를 입히라고 알려줍니다. 어른 없이 어린아이가 혼자 살아서는 구조대가  때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의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이 만사를 제쳐놓고 병의 치료에 올인한다면 가족의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됩니다. 특히 주요 정신과 질환은 빠르면 10 후반에 발병하여 오랜 시간 당사자와 가족과 함께 갑니다. 초반의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가족이 오래 함께 살아남는 것입니다.


  가족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가족 구성원은 한 가족 동시에  개인입니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시간과 활동을 갖고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유지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족이 아픈데 나만 건강하라는 뜻이냐, 화가 나거나 죄책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가족을 마치 하나의 몸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에  긴밀하게 동참하지만, 때로는 나와 남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아프다면 그야말로 장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내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내가 아프거나 고갈되면 도울 힘이 사라집니다. 생각보다 치료가 더디 걸리기라도 한다면 환자와 치료진을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해져서 나도 모르게 독기 어린 말을 쏘아댈 수도 . 그런데 치료라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가족은 환자를 치료함에 앞서 내가  쉬고  틈을 먼저 마련하시기를 바랍니다. 치료는 병원에서, 치료진이 애를 쓰고 있으며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할 것이니까요.


  의식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자기 자신으로써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초반에는 잠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먼저 나의 구명조끼를 단단히 입고 그다음에 아픈 가족의 구명조끼도 단단히 여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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