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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Jan 30.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18. 끈기를 배양하는 방법: 시각화의 힘

  끈기(Persistence)는 도전적인 과제를 기꺼이 지속하는 능력으로, 좌절을 감내하는 힘입니다. 끈기가 높은 사람은 어려운 과제를 혼자 도전해서 끝까지 수행하고자 하며, 과제에 익숙해질 때까지(예를 들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하는 성향을 타고납니다. 반면 끈기가 낮은 사람은 어떤 일이 어렵다고 느끼면 압도당한다고 느끼며 바로 다른 일로 옮겨가거나 빠르게 도움을 청합니다.

  끈기는 타고나는 기질(temperament)로 분류됩니다. 즉 누군가가 끈기가 있고 없고는 (어느 정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인 성향이라는 뜻이지요. 끈기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강력한 장점이 됩니다. (사용하기에 따라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가 성적을 잘 받는다’는 이야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끈기를 갖기를 원합니다.


  끈기는 타고난 기질이지만 배양할  있습니다. 끈기를 배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화(visualization)’입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눈에 보이게 글로 적거나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술을 끊고자 하는 분들께 가장 많이 권하는 방법은 ‘달력에 동그라미 치기입니다. 탁상이나 벽에  달력에 빨간색 사인펜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동그라미를 치고, 마신 날은 검은색 사인펜으로 가위표를 치게 합니다. 또는 스마트폰 다이어리나 일기 어플 중에   달력을 보여주고 자신이 특정한 일을 성취한 날의 날짜를 다르게 보여주거나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어플을 사용해서 자신의 삶을 트래킹(tracking)해보도록 권유합니다.  외에도  마시지 않은 날짜를 세서 매일 일기에 기록하게 하면, 일기에 +1, +2 … +10, +11 숫자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새삼 자신의 끈기에 감탄하고  하고 싶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매일 일기에 디데이를 체크하는데, 그때그때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따라 디데이가 달라집니다. 출산 휴가에서 복직할 때는 매일 일기에 복직 후 며칠 되었는지를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매일같이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집에 있는 아기가 보고 싶고 일은 힘들고 등등 일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무한하지요. 하지만 제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 이참에 끈기를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매일 일기에 +1, +2 쓰다 보니 1년이 넘어갔습니다. 그 숫자를 보면서 그간 숱한 사직의 유혹을 뿌리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습니다. 이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고픈 유혹을 어느 정도 벗어났기에 다른 프로젝트로 디데이를 채웁니다. 이처럼 매일의 시각화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누적된다면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자극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눈으로 가장 많은 자극이 들어오고 그만큼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입니다. 끈기가 낮은 성향을 타고났다면 좌절에 끈기 있게 매달리는 대신 새로운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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