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20. 마음의 종잣돈 모으기

  종잣돈의 국어사전의 정의는 ‘어떤 돈의 일부를 떼어 일정 기간 동안 모아 묵혀둔 것으로, 더 나은 투자가 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입니다. 영어로는 seed money인데 미리암 웹스터 러너 영영사전의 정의는 ‘새로운 사업, 프로그램, 프로젝트 등을 시작하는 데 사용되는 돈 (money that is used for starting a new business , program, project, etc.)’입니다. 두 사전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종잣돈은 1) 어떤 돈의 일부를 떼어, 2) 일정기간 모아 묵혀둔 것으로, 3) 새로운 또는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시작하는, 4) 돈입니다.

  종잣돈은 아무리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작은 금액이어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종잣돈이 많아도 마음의 종잣돈이 없다면 그 돈을 허투루 쓰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음의 종잣돈이란 ‘새로운 또는 더 나은 삶을 살아나가는 데도 필요한 마음가짐’입니다. 종잣돈의 정의에서 ‘마음의 종잣돈’의 정의를 유추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에 갖고 있는 (또는 성장시키고 있는) 심리적 자원의 일부를, 2) 꾸준히 배양하여, 3) 더 나은 삶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것을 돕는, 4) 심리적 자원.

  마음의 종잣돈은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시도하게 하고, 위기를 극복하게 돕는 심리적 자원입니다. 마음의 종잣돈을 모으는 세 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어떤 심리적 자원이든’ 종잣돈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각자 타고난 성격적 특성과 재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자원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끈기, 도전 정신, 열린 마음, 신중하고 숙고함, 민첩함, 임기응변에 능함, 호기심이 많음, 자기반성 능력,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대인관계 기술, 주변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따뜻함, 이성적인 판단, 다양한 영역의 지적 능력 (수리 산수, 문해력, 공간지각력,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메타인지 등), 특정 기술적 재능 (손기술, 말솜씨, 글솜씨 등), 관찰력 등등… 아직도 쓸게 많은데 이만하겠습니다. 이렇게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못하는 것에 집착하고 ‘그걸 더 길러야 돼요’라고 합니다. 크게 부족한 능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너무 그것에만 매달린다면 자기 비난과 자책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이러한 자원을 ‘평소 마음이 괜찮을 때’ 배양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 병원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위기 상황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우선입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나서 자신을 채찍질해도 늦지 않습니다. 삶에는 언제나 급한 불이 붙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 나를 지켜보고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이지요.

  셋째,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저는 장점이 없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이야기 나눠보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한 가지 이상 갖고 계세요. 제가 찾으면 꼭 말씀드리는데, 다들 놀라워하십니다. 그런 게 장점이냐고요. 그런데 그런 장점이 없는 분도 수두룩하거든요. 그리고 장점이 조합되면 훨씬 강력해집니다. 자신이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더라도, 남들 정도 또는 아주 조금 잘하는 정도의 능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능력들을 조합해서 배양하면 고유의 강점이 됩니다.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요.

  마음의 종잣돈은 이미 내 안에서 내가 관심 갖고 키워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그 장점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당신만의 종잣돈을 꼭 쌓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