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체 행복이 뭘까요?
‘병원에서 도움 받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
‘행복해지고 싶어요. 지금은 행복한 것 같지 않아요.’
‘왜 병원에 왔는지’ 물어보면 열 중 다섯 이상이 대답하는 답변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습니다. 대체 행복이 뭘까요? 국어사전 정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는 1) 충분한 만족과 기쁨, 그리고 2) 상태입니다.
충분하다는 것은 부족함 없이 차고 넘치는 (넉넉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이 ‘항상’ 차고 넘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행복의 정의에는 그러한 ‘상태’라는 의미가 함께 있습니다. 상태(state)라는 단어에는 일시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즉, 행복은 ‘일시적인’ 상태이며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마치 ‘추구해야 하는 가치’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항상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이 쓸모없는 것처럼 느끼고 행복하지 않은 인생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항상 행복하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거기서 분명히 부족한 점이 발견될 것이고, 그 순간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행복을 찾아 헤매게 될 것입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약을 먹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헤매다가 찾아오는 분이 계십니다. 행복을 주는 약이 있다면 그것은 ‘마약’ 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일시적인’ 행복이며, 약에서 깼을 때의 좌절감으로 인해 마약을 했을 때의 행복감을 더욱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진료실에서 행복을 만들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는’, 즉 행복을 조금 더 잘 느끼는 마음을 만들도록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함께 삶을 오밀조밀 살펴보다 보면, 내 마음을 움직이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여 섬세하게 느끼고, 불필요한 자극을 거를 수 있게 되면서 ‘그래,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행복은 삶의 희로애락 모래 가운데 사금처럼 박혀 발견되기를 기다립니다. 미세한 사금을 모으면 만질 수 있는 덩어리가 됩니다. 행복의 사금을 모아 마음의 종잣돈을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