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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13.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30.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오늘은 세 가지 질문을 드려볼게요.


  첫 번째, 당신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세요.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 너무 어려우시죠?

  몇 가지 단어 예시를 들어볼게요.

  밝은 / 성실한 / 따뜻한 / 사려 깊은 / 흥이 많은 / 차분한 / 조용한 / 긍정적인 / 매사에 노력하는 등등..

  정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요즘 많이 듣는 단어들로 예시를 들어볼게요. 마음이 여유로운 / 감사하는 / 꿈을 이루는 / 아이들로부터 좋은 부모라는 말을 듣는 / 주변에서 인정받는 / 스스로 만족하는 / 부자인 /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등등이 떠오릅니다.

  이 역시 정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닙니다. 인생의 모델을 떠올렸을 때의 이미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 등 다양한 표현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한 단어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글 쓰고 투자하는 엄마'라는 단어로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을 정의했답니다.


  세 번째,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차이가 나나요?

  이 질문은 당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계획하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진료실에서는 습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오갑니다. 금연은 매 진료시간마다 최소 1명 이상과 상의하는 주제인데요,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 한참 고민한 표정으로 먼저 '그런데요 선생님, 저 금연할까 해요' '금연을 시도해보려 해요' '금연을 하는 게 좋을까요?'와 같은 말씀을 꺼내십니다. 저는 '왜 금연을 하려고 하세요?'라고 묻습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폐가 나쁘다고 해서요'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어서요' '갑자기 담배냄새가 싫어졌어요'처럼 답변은 각자가 처한 상황마다 다릅니다.


  물론 별 이유 없이 금연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이유가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 즉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면 변화를 시작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훨씬 고취시킵니다.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정체성)과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정체성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정체성으로 다져진 의지는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어있는 어려운 상황을 기꺼이 극복하는 자본금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그게 당연한 거예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나의 마음을 계속 헤아리는 것입니다. 이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렇게는 되고 싶지 않아'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그런 생각들이 모이면 나중에는 '그러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네'라고 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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