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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20.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36. 환경 조성하기의 힘

  환경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1) 생물에게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2)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환경에는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조건과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을 향상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필수적인 조건의 예로는 물고기에게는 물속, 사람에게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과 안전한 식사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같은 '집'이라는 환경도 내부의 구조, 갖춰진 물건, 동선에 따라 생활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옷걸이에 걸어두면 다음날 아침 옷을 찾느라 허둥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따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환경을 조성하며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 주변에는 술친구가 많습니다. 약속을 잡고 자주 만나게 되면 더 빈번하게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 주변에는 술친구가 점점 줄어듭니다. 자꾸 약속을 거절하게 되고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의 환경을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을 이용해서 어떤 환경을 미리 조성해 둔다면 우리는 그 방향으로 이끌려갑니다.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독서 모임에 가입한다면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채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샐러드가 집으로 정기 배송된다면 아까워서라도 먹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다면 결국 독서 모임을 빠지거나 샐러드 배송을 중단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은근하게' 환경을 바꾸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말 이 정도면 돼?' 하는 수준의 변화를 찾아봅시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항상 물건을 두는 자리를 고정하거나, 하다못해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다른 신발이 항상 가지런하다면 나도 알게 모르게 가지런히 벗게 됩니다) 아침에 30초 허둥대는 시간을 줄이고, 이는 점차 '시간을 아끼는' 생활 패턴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점심식사 후에 잠깐 해를 보며 산책하고 싶다면 식당에서 자리에 올라오면 앉지 말고 바로 신발을 갈아 신거나, 식당에 갈 때 운동화를 신고 가보세요.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게 운동화를 신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나를 구성하는 환경이 나를 움직입니다. 여러분의 환경은 어떠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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