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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Feb 22.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38.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지 마세요

  재테크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글귀를 처음 알았을 때, 무릎을 탁 치며 투자는 정말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균형 잡힌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막상 삶을 들여다보면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 가족 외 사회적 대인관계, 직장에서의 성취나 자원봉사, 자기 계발과 성장, 취미와 즐거운 활동, 영성(spirituality)이나 내면의 평화(inner peace), 건강과 활력, 안정적인 생활환경, 안정적인 재정 상태와 같은 것이 고루 버무려져 삶을 이룹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이중 한 두 가지에만 열정적으로 쏟고 나머지를 잘 돌보지 않습니다. 이것만 해결되면 나머지가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계란을 한 두 개의 바구니에만 잔뜩 담아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나 열정, 자원이 10개의 계란이라고 가정할 때, 만약 돈을 버는 바구니에만 5개 이상을 넣어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돈을 열심히, 혹은 잘 벌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동안 나의 건강 바구니나 지지적인 관계 바구니가 텅 비어버린다면요? 실컷 돈 벌고 보니 건강도 잃고 관계도 모두 흐지부지해질 수도 있겠지요. 혹은 그렇게 에너지를 쏟았는데 그 일에서 실패하게 된다면요? 그 좌절감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한 사람에게만 너무 에너지를 쏟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한 자녀의 학업과 입시에 몰두하느라 다른 자녀나 남편, 부모님의 요구를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입시 결과가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나올까요? 어머니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자녀는 무조건 좋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현명하게 나눠담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자기 몸만 챙기고 건강하고 학생으로서의 본문만 하면 됐지만, 성인이 되면 돈도 벌어야 하고 그 와중에 건강 관리도 하면서 사람들도 챙기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도 해야 하며, 이러한 삶이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내면의 평화를 찾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균형을 잡는 연습은 하면 할수록 익숙해져서 처음만큼 힘을 들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 가족 외 사회적 대인관계, 직장에서의 성취나 자원봉사, 자기 계발과 성장, 취미와 즐거운 활동, 영성이나 내면의 평화, 건강과 활력, 안정적인 생활환경, 안정적인 재정 상태. 10개의 바구니에 1개씩 모두 담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바구니에 50% 이상이 쏠려서 텅 빈 채 오랫동안 방치되는 바구니가 없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어떤 일에 집중하기 위해 한 바구니를 집중적으로 채워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진다면 방치된 바구니가 서서히 우리의 에너지를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바구니를 얼마나 채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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